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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칼럼

상담자의 자녀양육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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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채은 등록일 10-04-28 00:00 조회수 6,533 영역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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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
  • 약력 :

  • 이영선 (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교수)


    얼마 전 아이문제로 학교에서 전화를 받았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게 되면서 실감하게 된 것이지만
    평소 상담을 하면서 여러 사람의 어려움을 함께 공유하는 상담자도
    그런 어려움이 내 문제로 닥치게 될 때는 뭔가 각별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것이 바로 자녀문제인데, 일단 학교에서 예기치 않은 연락을 받게 되면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전화 내용은 아이가 후배에게 딱밤을 때려서 어머니의 항의가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좀 개구쟁이 이고 다소 오지랖이 넢어 활동반경이 큰 아이지만 학교에서 전화 온 일은 처음이라 뭔가 큰 일인지 알고 괜시리 주눅들고 염려도 많이되면서 은근히 이런일로 전화를 받게한 아이에 대해서도 화가 났다.

    상담을 하다보면 자녀문제로 학교 다녀온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는데 내가 겪은 일로 어머니 내담자들의 걱정과 염려, 부모역할에 대한 회의 등에 대해 좀더 공감이 되면서 잠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런 생각으로 그날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상담을 하는 부모님들 중에는 가끔 ‘선생님은 상담해주시는 분이니까 자녀양육을 어련히 잘하시겠어요’ 하면서 부러운 듯이 말하는 분이 있다. 이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하면서 손을 얻고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런 말이 상담자에게 하는 인사치례로 느껴졌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러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우선 상담자는 청소년 내담자와 그의 부모를 만나면서 다양한 문제를 많이 보고 그로 인해 정보도 생기고 고민해보는 기회를 먼저 갖게 된다. 그 덕분에 그래도 내 아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더 의연해지고 덜 감정적으로 처리하고 아이와 대화를 하더라도 뻔한 대화보다는 문제해결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런 경험과 정보도 없는 부모들은 자녀양육을 하는데 있어 처음 큰일을 겪을 때 마다 참 난감하고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럴땐 어찌해야 하는가... 다른 부모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아마도 본인이 경험한 방식대로 또는 다른 부모에게 물어보면서... . 그래도 일부 부모님은 이렇게 청소년상담실에 전화나 내방을 통해 상담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애쓰고 있을 것이다.

    상담자의 자녀양육은 먼저 경험하고 알게 되는 일을 통해 조금은 유리한 입장일 듯 싶다. 어려움이 크게 느껴지는 것은 모르는데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아는 것이 힘이다’란 말이 있듯이 걱정되는 일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또한 문제와 관련된 해결방법을 알게 되면 그래도 내가 문제를 통제할 수 있는 길이 보이면서 막연한 불안은 덜 느낄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역할에 우리 상담자 그리고 청소년상담실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아이를 학교 보내고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생 학부모가 되면서 상담실에서 만나게 되는 부모들의 하소연과 어려움이 부쩍 더 가깝게 들리고 공감이 더욱 커진다. 그러면서 내 아이가 겪을 문제에 대해서도 좀더 이해하면서 상담자의 자녀키우기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