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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칼럼

나와 우리 아이 웬수일까? 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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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채은 등록일 09-05-26 00:00 조회수 3,740 영역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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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와 우리 아이 웬수일까? 사랑일까?

    이 은 경(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얼마전 버스정류장에서 보았던 일이다.

    짧은 바지에 가방을 매고 멋을 낸 딸에게 슬리퍼를 신고 허둥지둥 나온 것이 분명해보이는 엄마가 계속 묻고 있었다.

    "오늘은 열시까지 집에 와야한다...친구들 만나 노는 것은 좋은데 제발 엄마가 전화하면 받고 그리고 열시까지 꼭 와야해...."

    딸은 중3이나 고1정도 보였는데, 엄마 말에 연신 "알았어"라고 답을 하면서도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하느라, 헤드폰으로 들려오는 음악에 고개를 꺼덕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버스가 오자 딸은 냉큼 버스에 오르고 엄마는 남은 자리에서 휴우 한숨을 쉬더니 힘없이 뒤돌아 섰다.

    "아이고..." 지켜보던 필자가 속이 타니 그 엄마속은 어찌하리요.....



    자녀를 키우면서 쉬운 시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시기보다도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와의 관계가 어렵다는 호소를 많이 한다.

    지금껏 잘 지내오던 아이가 말을 안한다, 부모에게 비밀이 많아졌다, 친구들하고만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공부를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거나 핸드폰, TV보는 시간이 많다, 말을 밉상으로 한다, 부모 말을 잘 안듣는다 등등 그 현상도 매우 다양하다.



    청소년기는 발달 과정에서 급격한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이다.

    아동기의 변화들이 점진적이라면 청소년기의 변화는 매우 역동적이다.

    키나 몸무게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감정의 변화가 심하며, 인지적인 면에서 성인과 유사한 미래 조망능력, 이상 추구, 추상적 사고의 측면을 보이면서도 아직 성숙하지는 않다.

    게다가 이러한 성장이 누구나 조금씩 안정적으로 나타나기보다는 개인에 따라 그 양상이 다르고, 변화 또한 매우 불안정하게 나타난다.



    단적인 예로 이상화의 경향으로 인해 자신의 부모의 행동이나 태도에 대한 불만이 생기는데 이러한 불만이 때를 가리지 못하고 불쑥 드러나는 것이다.

    이때 부모는 아이가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부모에 대한 반항으로 느끼게 되고, 자녀에 대해 화가 날 뿐아니라 섭섭한 마음이 들어 자녀와의 대화에서 갈등이 야기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부모의 애정어린 참견을 잔소리로 치부한다거나, 부모의 일상적인 관심을 지겨움으로, 혹은 부모의 기대를 압박감으로 받아들이는 등 사소한 일상생활에서 부모와의 다툼이 시작된다.



    이쯤 되면 부모는 싸울 것인가 그냥 둘 것인가 기로에 선다.

    그러나 갈등은 또다른 새로운 국면의 시작이다.

    자녀의 성장이 부모의 성장을 자극한다.

    이제 내가 해야할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의 역할은 한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어렵기도 하다.

    양육자로서, 상담자로서, 인생의 멘토로서, 그리고 때로는 친구처럼 그 역할이 여러가지다.

    그래서 이제껏 해왔던 수직적 혹은 일방적 부모자녀관계는 더 이상 효과가 없다.

    오히려 역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애매한 것은 자녀들이 부모의 우산을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여전히 부모의 안정적 지원을 바란다는 것이다.

    결국 부모가 해야할 일은 자녀가 무엇을 바라는지 알아보는 것, 자녀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면서 자녀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 것, 그리고 부모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가 성장하듯 부모의 변화가 필요하다.



    자녀는 웬수가 아니다.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부모에게 기쁨을 주었던 이 세상의 소중한 인연이다.

    청소년기는 부모에게 새로운 존재를 알리는 시기이다.

    자녀는 이제 한 인격체가 되었음을 알린다.

    축복하자, 나에게 이러한 자녀가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