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세 살 습관이 위험하다>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

일본의 저명한 뇌신경학자인 모리 아키오 박사는 <게임 뇌의 공포>라는 책에서 10세 이전의 아동들이 인터넷 게임에 노출되었을 때, 얼마나 심각한 해악이 있는지를 가히 공포스럽게 지적하였습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게임을 할 때는 본능을 관장하는 변연계가 이성을 제어하는 전두엽 전두피질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게임 중독으로 인해 뇌가 변이되고, 변이된 뇌로 인해 게임 중독이 더 심화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나이가 어릴수록 쉽게 이루어진다. 사람의 뇌신경회로는 10세 이전에 형성되는데, 이 시기에 자주 게임을 접하게 되면 뇌가 화상 자극에만 반응하도록 짜여 버리기 때문에 중독으로 직행할 소지가 크다. 하고 싶어서 게임을 한다기보다는 하지 않고는 못 배기기 때문에 마우스를 잡게 된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부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공동으로 ‘2007년 하반기 정보화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2007년 12월 기준 만3세~5세 인터넷 이용자는 51%를 넘어서고 있다. 모리박사의 지적과 함께 정통부의 발표를 생각하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3세에서 5세 유아들의 절반이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 5세 아이가 매일 30분 인터넷 게임의 자극을 받기 시작하면 1~2년 뒤에는 30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인터넷 게임의 자극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가 될 가능성이 높고, 초등학교 3~4학년이 되면 하루 2시간 이상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야만 살 수 있는 아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일정한 자극을 반복적으로 받다 보면 더 강한 자극, 더 많은 자극을 받아야 만족하는 것이 자극의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초등학교 5~6학년들의 인터넷게임 이용행태를 조사해보면, 50% 이상의 아이들이 총기류를 들고 일인칭 시점에서 로그인해 들어온 사람을 조준해서 머리를 떨어뜨리는 매우 강한 폭력적인 게임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초등학생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강한 자극적인 게임에 접속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들이 처음 컴퓨터 앞에 앉기 시작했을 나이인 7,8세 때에는 <쥬니버>나 <야후꾸러기>에 접속해서 <동물농장>이나 <파니룸>에서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자극에 내성이 생겨 좀 더 강한 자극으로 조금씩 옮겨 갔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성인만이 접속할 수 있는 폭력성이 높은 게임에 접속하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3세에서 5세의 자녀가 매일 30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면, 그리고 그 아이가 유아용 사이트에서 막대기를 들고 다니면서 동물을 잡고 있다면, 그 아이는 장기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태에 직면할 것입니다.

인터넷 게임을 유년기에 접속하는 것이 위험한 것은 단지 자극의 강도가 높아가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인터넷 게임은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컴퓨터와 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로그인을 한 순간, 집이 아닌 어떤 공간으로 이동해서 혼자가 아닌 부모가 알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아이가 밤늦은 시간에 고등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면서 놀고 있는 놀이터에서 놀겠다고 하면 어느 부모가 마음 편히 허용하겠습니까? 아이들이 인터넷 게임을 할 때도 이와 같은 경계심을 가져야 합니다. 인터넷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자극을 충족시키면서 돈을 벌기 위해 제공되는 지극히 상업적인 매체라는 사실과 아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뿐 아니라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 정보와 이용자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라는 것을 지혜로운 부모들은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아이들이 컴퓨터에 앉아서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할 때부터 좋은 습관을 형성해가도록 함께 옆에 앉아서 가르치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가정에서 지혜로운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자녀가 컴퓨터를 처음 시작할 때, 적절하고 지혜로운 지침을 가지고 도와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