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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칼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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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채은 등록일 08-10-20 00:00 조회수 6,606 영역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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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다>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조민선

    몇해전 아시는 분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 한권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혼혈아로 태어난 김요셉 목사님(현 수원중앙기독초등학교 교목)은 초등학교 4학년때 어머니의 고향인 미시건으로 건너가 학교에 다녔다고 한다. 첫 등교 첫 수업시간은 스펠링 수업이었다. 선생님께서 단어를 부르면 아이들이 철자를 말하는 것이었다. 한명 한명 호명을 하면서 선생님은 영어 단어를 부르셨고 아이들은 또박또박 철자를 말하였다. 당시 영어를 어느 정도 들을 줄은 알았지 정확한 철자까지 쓸 줄은 몰랐던 목사님은 본인의 이름을 부를까봐 두려운 마음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고, 드디어 선생님께서 이름을 불러 칠판 앞으로 나오라고 하셨다. 떨리고 두려운 마음에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마음으로 천천히 칠판 앞으로 나와 서 있는데, 선생님께서는 ‘나의 이름은 샤프야. 내 이름을 한국어로 써 줄래’ 하시는 것이다.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쓰라고 하다니...... 이건 정말 식은 죽 먹기였다. 너무도 쉽게 큰 글씨로 또박또박 ‘샤프’라고 한글로 썼다. 그 순간 여기저기서 ‘와~’ 하는 함성소리와 박수소리가 들렸고, 반 친구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적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영어를 잘 몰라서 두려웠던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셨고, 아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한글을 쓰게 하신 것이다. 아마도 영어 단어를 부르셨다면 아이는 영어 철자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라고 놀림받거나 비웃음 당했을 것이다. 선생님의 질문 한마디로 이 아이는 ‘영어를 못하는 아이’가 아닌 ‘한국어도 잘하는 아이’가 되어 반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인기만점의 아이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이 제각기 다르듯이 아이들이 지닌 잠재력 또한 다르다. 하지만 요즘 부모들은 획일화된 잣대의 기준 안에 우리 아이들을 맞추다 보니 남보다 뒤쳐져 보이고, 부족해 보인다. 내 아이만큼은 늘 남보다 잘해야 하는데 늘 부족해 보이기 때문에 더 조급해지고 무언가 더 많은 것을 아이에게 해 주고자 한다. 지금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 우리네 부모들은 들으려 하지 않고 보려하지 않는다. 그저 부모의 일방적인 기대감을 충족하려고 더 많은 것을 쏟아붓고, 그 기대 못 미치면 실망하고 따라주지 못하는 아이를 채근한다. 참 어리석은 부모다. 지금 내 아이가 지닌 모습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지 못한다. 그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부모들이 참 어리석다. 부족한 것만 보면서 더 잘하라고 강요하기 보다, 잘하는 것을 칭찬해주고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면서 “참 잘하는구나” “넌, 잘할 수 있어” “너를 믿어” “너가 힘들때 너의 곁에서 너를 도와줄 수 있어” 라는 말 한마디가 아이의 자신감뿐 아니라 아이가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열배, 백배 그 이상으로 더 깨우고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야 할거 같다.

    가을 하늘위 구름 하나를 보면서도 토끼, 꽃, 로봇, 자동차..... 수많은 물체를 만들어 내는 무한한 잠재력과 상상력을 가진 우리 아이들을 어른들의 잣대에 맞춰 획일화된 “맞춤형 인간”을 더 이상은 만들지 않길 바란다. 아이들은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존재이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로서의 현명한 부모가 되길 바란다. 아이가 지니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