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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속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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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채은 등록일 08-08-14 00:00 조회수 3,683 영역 정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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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위속의 아이들>


    최제형(인천시청소년회관 관장)


    소고기파동으로 대변되는 광우병 촛불시위가 큰 고비를 넘긴듯하다.
    10만인지, 백만인지, 감히 동원하기도 어려운 숫자의 사람들이 세종로 광장과 차도까지 꽉 메우고 외쳤다. 시위기간도 40일에서 60일로 두 달 가까이 식을 줄 모르고 진행되었다.

    누구의 말이 옳고 그름을 떠나 정부의 한 가지 정책결정에 대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떨쳐 일어나 비슷한 구호를 외쳤음은 2002월드컵 때나 단 한번 보았던 듯싶다.
    가히 국민이 놀라고 정부가 놀라고 미국이 놀라고 세계가 놀랐을 법도 하니, 미흡하나마 재협상에 준하는 후속조치가 신속히 이루어졌음직도 하다.

    어쩌면 국민의 건강과 먹거리에 관한 위험적인 사항보다는, 그 중요한 국민주권을 너무나 쉽게 양보한 검역권에 대한 불만과 전부터 잠재해 있던 반미운동이 상승작용을 일으켰던 것 같다. TV토론 등에서는 선거에서 패한 쪽 사람들의 한풀이 집회도 포함된 것 아니냐는 진단도 있었다. 더불어 산업현장을 지켜야할 근로자집단이나 화물연대까지 임금인상이나 복지와는 전혀 무관한 정치집회 성격의 촛불에 동참을 선언하고 나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집회광경을 지켜본 사람들 중엔 시위현장에 참여시킨 어린이들의 손에 쥐어진 ‘00 아웃’이나 ‘지옥으로’ 등의 표현과 외침에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하였다. 더불어 이렇게 중요한 일에 가만히 있으면 장차 아이들이, “아빠는 그 때에 무엇하고 있었느냐?” 할지 모른다는 질문이 두려워 부랴부랴 아이의 손을 잡고 나왔다는 독립투사형 참가자의 발언에는 실소를 머금기도 하였다. 문제는 그냥 지켜나 보라고 데려온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직접 불법스티커를 붙이게 하고 욕설이 섞인 구호를 함께 외치는 등 사리판단능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에게 법과 질서보다 행동이 우선하는 모습을 가르쳤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타협이니 협상이니 하는 규정은 뒤로한 채 툭하면 거리로 내달려 언성을 높이고 투쟁을 일삼는 이들이, 필요할 적마다 아이들의 등교길을 가로막은 후 살벌한 집회현장으로 이끌고 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숱하게 접해왔다.

    이러한 방식은 아무리 그 동기가 순수했다 해도 결과적으로는 어린이들의 자율권을 빼앗은 셈이다. 청소년은 내일의 주인공만이 아니라 오늘을 함께 꾸려가는 주체로서 스스로 판단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 청소년헌장의 주 내용이다. 부모도 학교도 선생님도 함부로 당신의 이해관계를 내세우기 위해 청소년을 앞장세울 권한은 없는 것이다. 아울러 사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한발 물러서 냉정한 눈으로 살피고 정확한 정보를 주어야 한다. 6.25를 북침으로 가르치거나 빨치산을 미화하는 기념식에 학생들을 동원하는 등 사실과 다른 편향된 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죄악임을 명심해야 한다.

    촛불집회는 꺼져가고 있다. 미흡하나마 정부의 후속조치를 지켜보겠다는 국민들의 심사가 실려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빚어졌던 비폭력선언 집회의 폭력화와, 집회와 무관한 어린이들을 의사에 반하여 참여와 투쟁의 선봉에 내세우는 일은 다시는 있어서는 아니 되겠다. 청소년은 그 자체가 누구의 사유물이 될 수 없는 소중한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최제형: 청소년지도사, 시인, 아동문학가, 현재 인천광역시청소년회관장
    청소년관련시집『0교시 땡교시』, 동시집『토끼와 꼬마둥이』외 시집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