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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칼럼

잔소리의 정신분석학적 견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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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채은 등록일 08-05-22 00:00 조회수 7,228 영역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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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소리의 정신분석학적 견해 (1)

    이 경 희 (구로노인종합복지관장)

    우리 청소년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신을 짜증나게 하고 싫은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일까? 개개인의 삶과 생활의 경험에 따라 서로 다른 것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많은 부분은 아마 서로 공감하면서 비슷하거나 같은 것일 것이다. 그 중에 “맞다 맞다”하면서 가장 공감하는 것 이 어른들의 잔소리 아닐까 한다.
    어른이고 아이고 우리가 생활하면서 잔소리를 안 들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잔소리는 “○○○ 이다.” 라고 할 때 이 ○○○은 무엇일까?
    아마 잔소리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에 따라 극과 극의 대조를 보일 것 같다. 잔소리를 하는 부모와 잔소리를 듣는 청소년을 머리에 그려보자.
    청소년들은 생각만으로도 10리 밖으로 피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고, 싫은 생각부터 들 것 이다. 그러나 자녀에게 잔소리하는 부모님이 자신이 잔소리 한다고 생각하는 분은 아마도 한 분도 안 계실 것이다. 만약 자녀에게 잔소리 하고나서 ‘내가 잔소리 했다’라고 생각한다면 그 것만으로도 그 부모님은 평균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으실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잔소리는 왜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쁘다는 생각이 안 드는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견디기 어려운 것일까? 정말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고 그와 같이 입에만 쓰고 장래 몸에는 좋은 것일까? 그렇다면 ‘잔소리’라는 말 자체가 그렇게 부정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의 잔소리는 과대 포장되어 있다. 흔히 부모가 잔소리하는 이유를 자녀에게 “너 잘되라고 하는 거야 ” 또는 “ 너 위해서 그러는 거야” 와 같이 말을 한다.

    우리 사회에서 잔소리는 교육 혹은 도덕의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문화적으로 허용되는 분위기이다. 잔소리는 한 번만 한다면, 한 번에 끝난다면 잔소리가 아니다. 이 잔소리는 반복적이며 축적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생활 속에 숨어있고, 녹아 있다. 그래서 그 상처가 눈에 잘 띄지 않으나 지속적으로 조금씩 쌓이면서 자녀의 자아에 대한 침범이며 소리 없는 폭력이며, 보이지 않는 학대와 같다.

    그리고 잔소리는 부모의 내적 갈등이 스스로 통제되지 않은 공격심의 표현이며 분노의 병리적 형태로 부모가 자녀에 대한 보호막으로서의 실패로 자녀 스스로에게 자신을 방어하도록 방어체계로서의 껍데기를 강화시킬 뿐 아니라 알맹이인 주체적 감정과 생각을 말살시켜 무감각한 상태를 만들어 버린다.
    만약 자녀에게 끊임없는 잔소리를 하는 부모라면 자녀는 부모만 보면 또 무슨 잔소리를 할까? 또 무엇을 가지고 혼을 내고 짜증을 내며 소리를 지를까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한 분위기에서 아이는 나름대로 생존하기 위하여 방어적이고 무감각하고 분열되고 해리된 상태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부모가 잔소리를 시작하면서 부모님은 자녀에게 좋은 말로 훈계한다고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강요와 주입으로 다시 강조하면 소리 없는 폭력과 학대로 부모로부터 그리고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부터 튕겨져 나가게 하는 것으로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저해하는 것이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