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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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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채은 등록일 07-08-07 00:00 조회수 6,731 영역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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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당한 엄마

    김은경(성우심리상담소 소장)

    풀죽은 표정의 30대 젊은 엄마 미자(가명)씨는 죄인마냥 모로 앉아 고개를 들지 못했다. 7살 아들을 자신이 다 망쳐놓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얼마나 큰 잘못을 했기에 저리도 풀죽었을까 안쓰러운 마음이 들 지경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엄마는 아이가 너무 말을 안 들어서 소리치고 때려서 키웠다고 한다. 그랬더니 아이가 동생과 친구들을 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유치원 학부모들에게 항의가 들어왔고, 동네 엄마들도 아이가 폭력적이라며 피한다고 했다.

    “어머니, 애가 얼마나 말을 안 들었으면 때리셨겠어요? 맞을 짓을 했으면 맞기도 해야죠.”
    “아니예요, 아니예요, 선생님. 제가 배운 것도 없고 문제가 많아서 그랬어요. 다 제 잘못이지요. 전 하나도 잘 하는 게 없는 사람 이예요.”

    미자씨는 손사래를 치며 자신이 얼마나 잘못했는지를 나열하기 시작했다. 아들은 발달이 매우 빠르고 호기심이 많은 아이여서 질문이 참 많았단다. 둔하고 무식한 자신과는 달리 똘똘해 보이는 아이가 자랑스럽고 고마웠지만 한편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미자씨는 온갖 부모교육 방송, 강의를 들으면서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부모교육을 받으면 받을 수록 자신감이 생기기는커녕 교육내용 대로 못하고 있는 자신의 잘못이 더 두드러져 보이고 급기야 아무리 해도 제대로 못하겠다는 절망감이 들었다고 한다.
    엄마의 혼란은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배운 대로 잘 해보려는 마음에 참고 대화를 시도해보다 끝까지 고집부리는 아이에게 절망하는 심정으로 매를 들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아이는 엄마가 포기할 때까지 버티다 매를 맞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다. 결국 아이는 엄마의 자신 없어 하는 마음을 이용해서 자기 마음대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무의식적으로.
    미자씨의 엄마 역할에 대한 혼란은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갖게 된 ‘나는 못나고 부족한 사람’이라는 자기개념에서 생겨난 것이다. 자신이 너무 못난 사람이라는 생각에 내 자식을 키우면서도 내 소신을 세울 수 없었던 것이다.
    세상에 좋다는 자녀교육 방법이 넘쳐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방법일 뿐, 자식은 부모의 사랑으로 자라난다. 부모의 사랑을 확신하고 자랄 수만 있다면, 매 맞고 큰 아이이나 존댓말 듣고 자란 아이나 똑같이 훌륭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본 상담자는 미자씨에게 자녀를 교육하는 방법에 매이지 말고, 자녀를 사랑하는 내 마음에 자신을 갖고 내 방식대로 당당해지라고 충고했다.

    “선생님, 제가 오늘 부모교육 방송 들으면서 욕했어요. 어디 니가 해봐라, 그렇게 돼나. 나는 무식해서 그런 말 떠오르지도 않고, 그냥 ‘안돼’라고 할란다.”

    미자씨가 당당해지면서 아이는 엄마 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엄마가 ‘안돼’ 할 때 아이는 도리어 안정감을 느꼈고, 아이가 엄마를 따르니 엄마는 좀 더 너그럽고 여유 있는 마음에 아이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결국 미자씨와 아들은 그렇게 대화법을 익힐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