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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칼럼

상처입은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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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채은 등록일 07-07-09 00:00 조회수 6,150 영역 정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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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처입은 열매
    여재훈 신부 (인천시 청소년자활지원관)

    과일들은 성장기에 상처를 입으면 더 빨리 익는 다고 합니다. 아마 상처가 많이 생긴 못생긴 작은 사과들을 보신적 있을 겁니다. 열매들은 자신에게 난 흠집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과일들 보다 더 먼저 익어 증식을 하려는 힘겨운 생존방식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다른 생존방식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사람들도 이와 비슷한것 같습니다. 성장기 상처가 많은 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지켜내기 위하여 독특한 생존방식을 선택하게 됩니다. 어릴적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그 결핍감을 보충하고자 사람에 의존하고 애정을 갈구하는 성인으로 자라나기 쉽습니다. 어릴적 가정에서 학대와 방임을 당한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벌써 나이든 어른처럼 회의적이고 폭력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과잉 관심과 기대 또한 결핍과 마찬가지로 드러나지 않는 상처를 입게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의존증과 무력감인거 같습니다.

    5년 전쯤 알게된 덕수는 매우 유복한 집의 아이였습니다. 아버지는 대학병원의 교수셨고 형제들은 모두 일류대학에 다니며 강남의 유복한 집에서 남부러울것 없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아이가 형제들에 비하여 공부하는 재능이 떨어졌다는데 있었습니다. 많은 사교육비를 들여가며 아이를 공부시켰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집안에선 덕수의 존재를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했고 그럴수록 아이는 어디에서나 외톨이로 자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외톨이로 자란 아이는 인격장애로 발전되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갖지 못하고 결국 고2말 무렵에 집안에 현금을 훔쳐 집을 나오고 맙니다.

    그때 처음 만났던 덕수는 여느 아이들과는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매우 과장된 표현과 고집, 독특한 행동패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신감정을 의뢰하자 비정상으로 집중 상담과 치료가 요구된다고 하였습니다. 부모님을 뵙고는 나름 원인을 찾을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부모님은 시종일관 덕수를 수치스러워 했습니다. ‘우리집안이 이런 집안이 아닌데..’ 하며 모든 문제가 덕수 때문에 불거졌다며 아이를 보자마자 질책하셨습니다. 덕수에게는 명망있는 집안과 그 집안의 기대가 독 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덕수는 유복한 집에 바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쉼터에서 3주간을 보내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후 부모님들과의 상담과 면담을 통하여 아이의 상황을 직면시켜드리고 상황에 어떻게 대해야할지를 꾸준한 상담과 이해를 통하여 관계회복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통제하려고 하고 통제 할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그리고 아이들로 하여금 우리가 만들어놓은 기대에 끼워 맞추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문제가 발생되면 모든 화살을 아이들에게 돌립니다. 가족이라 함은 그냥 혈연만으로 묶여진 집단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가족이라는 이름 때문에 자동으로 행복해지고, 화목해지며, 서로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부모이건 자식이건 서로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성장기 아이들은 백지 노트와 같다는 것입니다. 누가 그곳에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명작소설이 될 수도 외설책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있는 가족들과 그 자신이 가장 중요한 집필자라고 할 수 있겠지요. 부디 주위의 과도한 집착과 혹은 무관심 때문에 상처입어 너무 일찍 익어버리는 풋과일 처럼 자신의 삶을 너무 일찍 다 알아버린듯 마음을 닫아버리는 아이들이 없길 바랍니다. 사람이나 과일이나 그시기에 적절한 배려와 관심이, 그리고 애정과 보호만이 건강한 성장을 선물 합니다. 그러므로 아이를 보기전에 그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봐야 합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시선과 관심을 먹고 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