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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칼럼

듣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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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채은 등록일 07-05-28 00:00 조회수 6,686 영역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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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듣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김탕(문화디자인 Plan B)


    간혹 학부모특강 강의를 끝내고나면 공통적인 질문을 받곤 한다. 그 질문의 핵심은 “청소년이 된 우리아이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어려워요” “방문을 꼭 닫고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 저와 말하는 것이 싫은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럴 때면 나는 대답대신 먼저 확인하고 싶은 생각에 질문을 던진다.
    “혹시 댁의 거실에 소파는 TV를 향해 배치되어 있진 않은가요?”
    많은 가정에서 온 가족이 모여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은 거실이다. 그런 거실에서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공간을 디자인 해놓고, 자녀와 대화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숨 쉬는 것.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공간을 연출하는 것에는 너무도 인색하다. 물론 아이들이 성장에서 흔히 말하는 사춘기를 거치면서 자기세계가 생긴것에도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그와 더불어 어떤 환경이나 조건이 없는 상황에서 대화를 시도한다는 것은 다소 무모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들어줄 수 있는 구조와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 말하는 것은 참 어려운 것이다.

    우리 문화 안에서 집단의사소통이 일어나는 과정을 살펴보면, 수없이 반복되는 오류와 사유방식의 소비적 반복을 목격할 수 있다. 어제 회의에서 충분히 이야기하고 결론을 내렸건만 다시 만나서 확인하면 간혹 전혀 다른 결론을 말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같은 시-공간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 우리는 이런 오류가 생기는 것을 단순히 화자의 ‘말하기 방법’이나 ‘화술을 펼치는 태도’에서 그 해결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상호작용이란 것이 의사소통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청자의 ‘듣는 방법’이나 ‘경청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말을 다르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내용을 어떻게 잘 전달하고 잘 전달 받을 수 있게 하는가 하는 구체적 내용에 대한 문제라는 것에 초점을 두어보자. 우리 아이가 말하게 하려면 적극적인 경청자인 부모의 태도가 있어야 한다. 잘 듣는 방법을 아는 것은 잘 말하는 것을 아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능동적인 청취가 가능하려면 자기의 듣는 습관에 대한 관찰해 보자. 이런 준비가 방문을 꼭 닫고 들어가는 아이들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 나는 아이들에 대한 청취 반응(reaction / feedback)을 보여주는가
    - 대화를 위한 공간(space)과 상호작용을 위한 위치(positioning)는 어떻게 확보하고 있는가
    - 아이들이 말하는 단어와 문장에 집착해서 맥락을 놓치고 있지 않은가
    - 질문을 놓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섣불리 아이들을 만나 ‘다 들어줄테니 말해봐’라는 태도를 가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언어능력이 표현능력만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을 만나면서 ‘어? 나는 말하기가 자신 없는데 그럼 아이들과 의사소통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닐까...’라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표현에는 구체적인 단어나 문장의 조합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태도와 적극적으로 듣는 행위가 포함된다. 능동적 경청자에게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은 “잘 전달하여 말걸기”보다 더 중요한 “스스로 말하게 하기”가 들어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있다.

    ** 김태황 약력 **

    - 미디어 교육전문 활동가
    "김태황선생님과 함께" 프로그램 진행
    -Daum UCC 주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