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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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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채은 등록일 07-04-23 00:00 조회수 6,390 영역 정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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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가>

    김태황(문화디자인 Plan B)


    놀이터를 설계하는 사람은 아이들의 키를 고려한다. 그네의 의자가 성인의 엉덩이사이즈에 맞추어지면 아이들이 불편해 할 테고, 철봉이 너무 높아서 손이 닿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흥미를 잃게 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놀이터를 설계할 때 이용자인 아이들의 키 높이에서 설계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설계할 때 당연히 선택되는 것이다. 그런데 규제하거나 문제라고 지적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기준이 아이들로부터 출발하지 않는다. 가장 왕성한 호기심을 가졌을 때 “호기심은 위험한 것”이라고 말하거나, 문화적 실험을 통해 자기 세계를 확장시키고자 할 때 “내가 해봤는데 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왜 지켜야하는지 이유가 불분명하고 빈약한 논리로 설득력이 없을 때 아이들은 의아해 하기 쉽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가장 근원적인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 갈 수록 해결을 위한 방법은 실용적이 된다. 또한 가장 근원적인 욕구나 욕망에 근거를 두었을 때 아이들이 납득하거나 동의한다. 청소년이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음주문화에 대한 설명을 터부시 여기게 되고, 그 영향으로 아이들은 건강한 음주문화를 상상하며 자라지 못한다. 음주는 어른을 흉내 내는 것에 그치거나 일탈의 매개로 사용되며, 몰래 음주행위에 접근하고는 영웅심을 갖기도 한다. 대전제를 가질 때 건강한 음주문화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의식과 청소년은 “미성숙한 존재”이므로 가르치고 규제할 대상으로 놓고 보기 때문에 아이들로부터 건강한 음주문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자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청소년은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것에 반대 입장을 취하자는 것이 아니다. 또한 권장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법적으로도 행위보다는 그 행위를 조장한 것이 윤리에서 어긋날 때 처벌이 훨씬 크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현상의 범위에서는 ‘청소년이 술을 마신다’. 법적으로는 술마시는 행위를 조장하는 것에 강한 처벌을 하게 되겠지만, 실제로 청소년이 술을 마시는 본질적인 이유에서 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의 네 가지는 현재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규제와 같은 상황으로 연출해보는 상상이다. 이런 상상을 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까.

    1) 성인건강보호법이 입법되고 술은 45세미만, 담배는 60세미만이 구입할 수 없게 된다면...
    2) 대한민국의 모든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직장인 두발규제가 시행된다면...
    3) 근로기준법이 1일 근로시간을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2시간으로 규정한다면...

    만약 위와 같은 규제가 생긴다면 머리띠를 두르는 두 집단의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나의 집단은 경제적 이해관계에 놓여 있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수호하려는 집단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가정이나 학교에서 규제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빈약한 논리로 비춰지거나, 인간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빼앗는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대 전제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실천이 필요해 보인다.

    ** 김태황 약력 **

    - 미디어 교육전문 활동가
    "김태황선생님과 함께" 프로그램 진행
    -Daum UCC 주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