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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칼럼

아동의 반항적(폭력적) 행동 개선을 위한 미술치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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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채은 등록일 07-03-05 00:00 조회수 7,233 영역 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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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그리는사람. 마음치유하는사람의 미술치료이야기

    - 아동의 반항적(폭력적) 행동 개선을 위한 미술치료 1

    이 황 은(이황은표현미술치료연구소소장)

    민이는 준수한 외모에 머리도 좋아서 역사나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이 놀랄 만큼 풍부한 3학년 남자 아이다. 이런 멋진 모습과는 달리 항상 불만스러운 표정과 거친 말로 세상에 대한 적대감과 반항심을 내보였다. 민이는 평소에도 문을 발로 차고 다녔는데, 한번 성질이 나면 소리를 지르면서 앞뒤 안 가리고 물건을 내던져 부수고 부모나 어른들에게 발길질을 하면서 덤벼들었다. 학교에서는 짝의 얼굴을 연필 깎는 칼로 상처를 낸 적도 있고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를 힘들게 해서 한동안 짝 없이 혼자 앉아야만 했던 적도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두 살 차이의 여동생을 미워해서 침을 뱉거나 자주 말과 행동으로 심하게 괴롭혔는데 이로 인해 여동생은 위축되고 우울한 감정과 공격적이고 불안정한 행동을 보이게 되었으며, 분리불안이 심해서 엄마를 잠시도 떨어지지 못했다.

    민이가 보여주는 이러한 특성들은 ‘반항장애’라고 볼 수 있다. 미국정신의학회의 지침에 따르면 반항장애의 아이들은 자주 고집을 부리고 어른들에게 대들고 말다툼을 한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서 고의로 어떤 행동을 하고 자기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 다른 사람들과 자주 다투고 화를 잘 내며, 짖궂고 악의가 있으며 욕이나 상스러운 말을 잘한다. 이 가운데 다섯 가지 이상의 행동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진단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렇게 말 안 듣는 아이가 상당히 많이 발견되는데 이런 아이들은 부모와 주위사람을 힘들게 할뿐 아니라 아이 자신도 심각할 만큼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다.

    민이를 위한 미술치료 활동은 먼저 억압된 감정을 표출하여 욕구불만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 매체들을 제공하였다. 커다란 그릇에 듬뿍 담긴 밀가루를 반죽하는 활동은 어머니의 피부에 접촉하는 듯한 부드러운 촉감을 통해 긴장이완과 안정감을 갖도록 돕는데 효과적이다. 나뭇잎이나 꽃잎 등의 자연매체는 민이의 관찰력과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연친화적인 정서를 맛볼 수 있게 하며 과자로 만드는 작품들은 어린이다운 즐거움을 맛보게 하였다. 기분이 많이 상한 날은 지점토로 촛대를 만들어서 소망을 이뤄주는 촛불을 켜고 따스한 온기와 빛을 느끼며 명상을 하여 감정이 순화되도록 했다. 민이의 작품들은 주로 하수구, 감옥. 무기 등 거칠고 불행한 감정들의 표출이었다. 이렇게 감정을 충분히 다루어 치료사와의 친밀하고 신뢰로운 관계 안에서 부드러운 감정을 맛보게 되면 아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호소하게 된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모든 것이 남의 탓이고 자기는 피해자라는 왜곡된 생각과 부적응적인 행동을 바로잡기 위한 인지행동적 미술치료방법을 적용하게 된다.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벗어나 자신이 한 행동의 의미와 결과를 이해시키고,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칭찬과 보상을 해주면 성취감과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어제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서 성취감을 맛보게 하고, 자신의 <장점과 고칠 점>을 생각해 보는 기법이나 변화되고 싶은 행동을 <소망나무>에 꽃이나 열매로 만들어 붙이고 다짐하는 활동, 칭찬과 상을 받을 수 있는 강화법등이 적용되었다.

    이렇게 작업에 몰입하는 동안은 안정감 있고 진지한 태도로 자신의 이야기를 조근 조근 펼치곤 했다. 웃음과 유머가 많아지고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그토록 반항적이던 모습도 한결 줄었고 동생에 대한 질투가 남아있긴 했지만 물건을 부수고 때리는 행동 대신 밤늦도록 함께 놀면서 즐거워한다고 부모님은 만족스러워했다. 요즈음은 이불을 빨래 건조대에 첩첩이 쌓고 그 안에 들어가서 땀을 흘리며 이불놀이를 반복하는데 또 무슨 이상이 있는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아이들이 심리적인 변화를 보일 때 흔히 어린아이처럼 퇴행을 하는 경우가 있다. 민이는 적절한 보살핌이 부족하고 불안정한 애착경험의 후유증이 있는데 새로이 태어나는 의식을 스스로 마련하고 있는 것이니 지금 부터는 새로 태어난 아이를 기르듯이 사랑과 관심을 기울여서 잘 기르시도록 당부를 했다. (민이 부모님을 대상으로 한 부부치료 사례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