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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칼럼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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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채은 등록일 06-12-18 00:00 조회수 6,140 영역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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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

    김형수(서울대 아동청소년상담연구소)


    자녀가 커 나가는 과정은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이것은 각 가정의 형편과 처지가 일률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모입장에서 자녀가 잘 성장하기 바라는 마음은 매우 일관되고 선명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잘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요?

    지난 글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학자들과 자녀양육 전문가 또는 상담자들이 제시한 몇 가지 원리들에 가운데 부모 입장에서 필요한 두 가지 이론적 지식 중 첫 번째를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번째 지식 즉, 사람의 변화에 핵심이 되는 요소들에 대한 지식 가운데 몇 가지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자녀의 바람직한 변화와 적응이라는 말은 결국 성장, 그리고 그 기반이 되는 심리적인 건강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성장과 심리적 건강의 필수 요소로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 가운데 앞선 칼럼에서 다뤘던 것을 제외하면, 얘기해야 할 것으로 건강한 자기 핵(중심)의 형성, 진정성의 지속적인 경험, 반복되는 행동의 자각 등이 우선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건강한 자기 핵(중심)의 형성이란 무엇일까요? 풀어서 얘기하면 아마도 심지를 키우고 마음을 굳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심지가 강하면 다른 사람의 비판이나 강한 정서적인 경험, 그리고 실패나 상실감 등을 잘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자녀의 심지가 강한지 약한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뒤집어서 보면 됩니다. 비판받을 때, 쉽게 자신의 약점을 잘 인정하지 못하고, 분노, 슬픔, 미움 같은 기분을 잘 다스리지 못한다면, 그리고 한 두 번의 실패로 쉽게 하고자 한 일을 포기한다면 심지가 굳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학자들은 이런 경우, 부모가 자녀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주고(mirroring), 의존감 없이도 의존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주며(holding),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품어주는(containing) 경험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제공하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로 진정성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 부모는 수없이 많은 대화를 자녀와 하게 됩니다. 대개는 서로에게 뭔가를 말하고, 상대편이 그걸 듣고 이해하고, 동의하거나 또는 의문을 제기하거나 부인하고, 설명하고 수긍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대화의 과정이 바람직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들 중의 하나가 진정성 즉, 진심입니다.

    진심어린 마음이 자녀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녀와 대화하는 그 순간 그 장소에서 그 내용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진심어린 대화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합해지면 더 유익합니다. 즉, 대화하는 내용을 부모와 자녀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서로 나누는 말의 내용이 사실이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자녀의 현재 상황에서 적합한 것이라면 부모의 진정성은 자녀에게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진정성이 발휘되는 순간에 만일 뭔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면 부모는 자녀가 그것을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허용하려고 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 부모와 자녀 모두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람의 행동, 정서, 성격의 문제를 다루는 정신병리학이라는 학문이 있는데, 어떤 유명한 학자가 복잡한 정신병리학에 대해“같은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이라고 간단히 정의한 바 있습니다. 서로 관계가 나쁜 부모와 자녀 간의 행동을 살펴보면 고집스럽게 반복되면서도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청소년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상담실을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원인을 찾기 위해 대화를 나눠보면 공부를 잘 못하게 하는 반복적인 행동을 좀처럼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매번 새로울 수 없겠지만, 부모와 자녀 모두 내가 그동안 해온 행동을 돌아보고 이해한 후 새롭게 결심하고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자녀의 삶의 모습을 본대로 설명해주고 자녀의 바람과 잘 들어맞는 행동과 그렇지 않는 부분에 대해 자녀와 진심어린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자녀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유명한 상담자요 학자인 월버그는 “모든 변화에는 저항이 따른다”고 하였습니다. 자녀가 힘들고 갈등하며, 이런 저런 불안을 느낀다면 그것은 심리적인 성장통(成長痛)과도 같은 것일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앞선 몇 편의 칼럼에서 부모 역할을 잘 하기 위해 알면 좋을 것들에 대해 여러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만, 부모로서 대신하여 줄 수 없는 부분이 많아 무력하게 느껴지는 순간 부모에게도 필요한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믿음입니다. 큰 믿음을 가지고 자녀를 사랑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