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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칼럼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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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채은 등록일 06-12-08 00:00 조회수 6,273 영역 정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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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화>

    김형수(서울대 아동청소년상담연구소)

    변화의 사전적인 의미는 ‘모양이나 성질이 바뀌어 달라짐’입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의 숨겨진 가정 중에 하나는 인간은 끊임없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사전적인 의미를 결합하면, 인간은 끊임없이 모양이나 성질이 달라진다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신체적인 성장이나 양육, 교육, 사람들과의 관계, 일에 대한 경험 등을 통해 사람이 지적, 정서적으로 그리고 행동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수긍이 가는 이야기 입니다. 한데, 여기에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이러한 변화가 늘 좋은 쪽으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렇다고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한 잘 알기도 어렵다는 점입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의 근원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자녀 간의 사연 속에서는 이 말에 동의하기가 쉽습니다. 다그치거나 다독거리거나 처벌 또는 보상을 주거나 하는 노력으로도 뜻대로 안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부 문제, 진로선택의 문제, 친구나 이성관계의 문제 또는 생활습관이나 자녀의 성격 문제 등에 걸쳐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자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과 자녀양육 전문가 또는 상담자들은 어떻게 하면 사람이 바람직하게 변화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심하며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원리들을 밝혀왔습니다. 물론 여기서 저희의 관심은 부모와 자녀의 관계 변화를 자연스럽고 또한 바람직하게 이끄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과 다음 글에서는 많은 학자들과 상담자들이 말하는 변화의 원리 가운데 몇 가지를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나누기 나름이지만, 상담심리학에서 사람의 바람직한 변화와 적응을 돕기 위해 배우게 되는 이론적인 내용 중 핵심적인 부분은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상담 대상이 겪게 되는 문제 영역에 대한 지식입니다. 두 번째는 사람의 변화에 핵심이 되는 요소들에 대한 지식입니다. 스스로 바람직한 변화를 이루거나 혹은 다른 사람의 변화를 돕기 위해서는 위의 두 가지 지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위의 내용에 비춰 만일 자녀의 바람직한 변화를 돕기 원한다면, 우선 자녀가 겪는 문제 영역에 대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 가운데 이전 글에서 제가 다뤘던 내용을 제외할 경우, 특히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자녀의 ‘개별성의 발달’, ‘관계의 발달과 상실’, 그리고 ‘정서의 발달’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별성의 발달’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이것은 정체감 즉,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질문에 좋은 답을 할 수 있도록 부모가 옆에서 도와준다면, 건전한 개별성의 발달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개별성이 잘 발달하려면 자녀가 뭐든 하고자 할 때 자신감을 갖고 해볼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자녀를 믿어주는 마음을 갖고 그것을 말로 항상 표현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개별성이 잘 발달하면 중요한 사람들 즉, 청소년들 입장에서 부모, 형제, 친구, 교사, 이성 등과의 관계가 돈독해 질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관계의 발달과 상실‘ 역시 중요한 청소년기의 문제 영역중 하나입니다. 알프레드 테니슨은 ’나는 내가 만난 모든 존재들의 합‘이라는 말을 통해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도록 직접 관여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환경에 자녀를 참여시킬 수 있습니다. 건전한 종교 모임에 참여하도록 권장할 수 있으며, 교육적인 주제를 갖추고 공신력 있는 기관이 주관하는 캠프나 강좌 등을 자녀에게 소개해 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모가 자녀와 인격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합니다. 끝으로 바람직한 ’정서적 발달‘의 핵심은 정서가 잘 분화되도록 돕는 것입니다. 학자들은 기쁨, 분노, 슬픔, 공포가 사람의 기본적인 4가지 정서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7정 즉, 희, 노, 애, 락, 애, 오, 욕의 7가지 정서가 있습니다. 이러한 정서를 간간히 표현하도록 격려하고 그것을 부모가 잘 수용해 주는 경험이 쌓이면 정서적 억압이나 극단적인 정서적 표출이 줄어들게 되고 건강한 삶을 사는데 유익합니다. 특히, 부정적인 정서를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맹인 예언자 테레이시아스는 ‘지혜가 있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지혜가 저주가 된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현대적인 삶에서 특히, 자녀의 양육문제에 있어서 미리 알고서도 대처할 수 없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Wenar라는 학자가 한 말은 역설적으로 부모와 자녀간의 통제력과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드러내 줍니다. ‘생애 초기에는 부모가 자녀를 망치고 생애 후반에는 자녀가 부모를 망친다!’

    한 해의 마지막이 되면 어떻게 지내 왔나에 대해 숙고하고 간혹 반성도 하면서 새해가 되면 변화를 위한 다짐과 계획을 다시 세우곤 합니다. 해가 바뀔 때 마다 늘상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 같을 수 있으나 자녀도 성장하고 부모로써도 연륜이 쌓이는 만큼 결코 이전과 같을 수는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단편적으로밖에 지침을 제시해 드리지 못하였으나, 스스로 생각해 보시고 나름의 방법으로 자녀의 ‘개별성, 관계, 그리고 정서적 발달’을 돕고자 애를 쓰시다 보면, 어느덧 자녀들로부터 이해받고 정을 느끼게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