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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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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채은 등록일 06-11-21 00:00 조회수 6,116 영역 정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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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제>

    김형수(서울대 아동청소년상담연구소)

    지난 주에는 2007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습니다. 문득 무슨 생각이 들어 인근 시험장에 나가 길 한쪽 구석에서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학생들을 한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학생들의 궂게 닫친 입술과 입구 언저리에서 서성이는 부모님들의 그렁그렁한 눈빛에서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시험을 잘 치러서 좋은 성적을 얻고, 원하는 대학의 학과에 입학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거의 전부였겠지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삶을 통제하려는 노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들을 다스릴 수 있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아마도 바람직한 미래를 실현하고 원치 않는 일을 막기 위해서 일 것입니다. 경험이 많아질수록 벌어질 일들을 미리 예측하고 다스리는 능력이 많아지며 더 많은 영역에서 자신의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따라서 자기 삶은 자기하기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는 생각을 더 많이 갖게 됩니다.

    반두라라는 심리학자는 이러한 삶의 통제감에 기초해서 ‘효능감(efficacy)’이라는 유명한 말을 만들어 냈습니다. ‘효능감’은 일을 해서 기대한 만큼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믿는 개인적인 신념으로서, 실제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갈등하는 상황에서 사람의 행동을 좌우하는 중요한 마음의 기능 중 한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공부하여 좋은 성적을 얻고 그로 인해 부모, 교사로부터 칭찬과 보상을 받는 것을 보면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과 실천하는 것 간에는 사뭇 큰 간격이 있습니다. 이는 하고 싶어도 하지 않거나, 또는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학자들은 다른 조건이 다 같아도 효능감이 높은 사람이 학교 성적이 더 좋거나, 직장에서 일의 성과가 더 좋거나, 사람과의 관계를 더 잘 맺거나 한다고 얘기합니다. 이쯤 되면 부모님 입장에서 우리 자녀들도 효능감이 높아지기를 바랄만 하고, 또 어떻게 하면 효능감을 높여 줄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품게 될 수 있습니다.

    반두라는 효능감을 높여주는 방법에는 4가지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우선, 작더라도 현재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하여 성공 경험을 해보는 것입니다. 공부에 대해 효능감을 높이고 싶다면 한 두 과목을 먼저 열심히 하여 진전을 보게 되면 다른 과목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자신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둘째, 모델링입니다. 다른 사람이 성공하는 과정과 그 결과를 보게 되면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셋째는 설득입니다. 잘 못했어도 잘 할 수 있다고 얘기해 주고, 북돋아 주면 좋다는 것입니다. 자녀가 어지간히 공부를 못해도 굳이 공부를 잘하기 바란다면, ‘우리 집안이 대대로 공부에 늦눈을 떴으니 너도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하면 진보할 것이다.’라든가 하는 말을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생리적 정서적 상태입니다. 몸이 약하거나 스트레스를 잘 못 견디고 긴장하면 있던 자신감도 없어집니다. 따라서 몸과 정서가 안정되도록 하면 효능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때 미국 청소년들이 집단적으로 학교 교육을 받지 않으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트루먼 익스큐즈'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트루먼을 빗댄 변명’ 정도로 번역을 될 수 있는 말입니다.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대학교육을 받지 않았으나 제2차 세계대전을 종결시키는 세기적인 결정 즉, 일본에 핵폭탄 투하 명령을 내려 역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일부 청소년들이 자신들 역시 고등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아도 중요인 인물이 될 수 있다는 변명이 담긴 생각을 지칭하여 생긴 말입니다. 그것을 보면서 한편으로 자신감 없는 즉, 효능감 낮은 학생들의 회피적인 모습일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요한 일에서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마음을 매우 불안하게 하며 효능감을 낮출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만 명에 가까운 우리나라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의연한 행동을 보면서 안쓰러움과 대견함을 함께 느낍니다.

    **저자 프로필

    이력 -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육상담전공 박사 수료

    경력 - 현) 서울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 특별상담원
    성산효대학원대학교 가족상담학과, 이화여자대학교 및 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 출강
    - 전) 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