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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칼럼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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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채은 등록일 06-11-09 00:00 조회수 6,385 영역 정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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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념>


    김형수(서울대학교 아동청소년상담연구실)

    사람들과 더불어 살다보면 같은 것을 보았는데도 서로 다르게 지각하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하게 됩니다. 그래서 ‘세상은 있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는 대로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경구는 세상을 보는 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만, 실은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사람마다의 신념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200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으나 서양에서 여전히 뛰어난 지혜서로 꼽히는 노예 철학자 에픽테투스의 저서 [삶의 기술(Enchiridion)]은 바로 세상을 보는 저마다의 관점과 생각들 중 어떠한 생각과 관점이 좋은가에 대해서 일상적인 어투로 기술한 내용입니다. 주된 내용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외부 환경 가운데 우리 의지대로 선택하기는 어려운 것이 있을 수 있으나, 그것들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는 우리의 의지대로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아이디어에 기초해서 좋은 의지와 신념을 지니면 건강하게 살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부적응하게 될 수 있다는 요지를 지닌 상담 및 심리치료이론이 있습니다. 보통 인지·정서·행동 치료이론(REBT)이라고 부르는 이 이론은 인지치료이론 가운데 한 가지 이론입니다. 만일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건전하게 보는 눈과 신념을 가지고 살고 있다면 이러한 얘기가 그렇게 특별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한데 몇몇 심리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부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사고의 경향성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학자들의 생각은 특히, 부모님들을 만나 함께 얘기할 때 더 수긍이 됩니다. 자녀가 이런저런 문제행동을 할 때,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든가를 여쭤보면 당장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그럼 무엇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는가하고 다시 질문하면 보통 대답은 “지금은 괜찮지만 계속 이러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봐....”, “한 가지를 보면 다른 것은 보나마나 일거라는 생각에...”, “이렇게 마땅히 해야 할 것도 제대로 못한 다는 것은......” 등으로 답을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의 행동을 보고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생각들로 인해 마음이 더 무겁고 불행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이론을 주창한 엘리스(Ellis)라는 학자는 부모가 가지고 있는 건강하지 못한 신념의 예 몇 가지를 아래와 같이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1. 만일 우리 아이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다면 그것은 끔찍한 일이다.
    2. 만일 남들이 나의 자녀양육방식을 비난한다면 나는 그것을 참아낼 수 없다.
    3. 나는 우리 아이들이 저지른 모든 것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이 있으며, 만일 그 애들이 비난 받을 짓을 한다면 나는 끔찍한 느낌을 저버릴 수 없다.
    4. 나는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하며, 항상 모든 상황에서 어떤 것이 올바른 행동인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5. 우리 아이들은 항상 내가 그들에게 바라는 대로 행동해야만 한다.
    6. 만일 우리 아이들이 나의 생각대로 자라지 않는다면 나는 실패자가 되는 것이다.
    7.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는 항상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스티븐 코비라는 저술가는 자신의 책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쓰게 된 계기가 오래된 책에서 읽게 된 한 줄의 문구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문구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는 내용인 것으로 기억됩니다. 아마도 이러한 생각이 성공의 기초라고 여긴 것이겠지요. 부모-자녀 간의 성공적인 관계를 위해서 이 내용을 적용해 볼 여지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부모님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역시 자녀에게 부모가 이기는 법이 없다거나 혹은 자녀문제는 뜻대로 안 된다는 얘기들은 종종 듣게 됩니다. 한데, 정작 청소년들로 부터는 자신들이 부모를 이기고 있다거나 또는 자기 뜻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를 저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에픽테투스의 글을 준용하여 부모님 용으로 바꿔 볼까합니다.

    자녀로부터 상처 입을 자세가 되어 있다면, 상처를 입게 될 것입니다. 불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불행이 그대의 문을 두드릴 것입니다. 자녀에게 실망하는 이유는 실망스런 마음으로 자녀를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극복할 수 있다면 자녀로 인해 스스로 혼란에 빠지는 일이 적어질 것입니다.

    자녀를 대함에 있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실과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부모님의 생각이 서로 과장 없이 소박하게 일치하는가를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과거에 매여 있거나 또는 너무 앞서 가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면 불필요한 걱정의 짐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자 프로필

    이력 -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육상담전공 박사 수료

    경력 - 현) 서울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 특별상담원
    성산효대학원대학교 가족상담학과, 이화여자대학교 및 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 출강
    - 전) 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