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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칼럼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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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채은 등록일 06-10-24 00:00 조회수 6,775 영역 학업/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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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


    김형수(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 특별상담원)

    오늘은 의사소통과 관련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교과서적인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의사소통 전문가들은 비단 상담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꼭 필요한 보편적인 요소로 꼽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공감입니다. 공감이란 사전적으로는 “남의 생각이나 의견, 감정 등에 대하여 자신도 그러하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누군가와 같은 입장이 되거나 그 사람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나도 유사하게 혹은 같게 느끼는 상태”로 정의합니다. 대학원에서 상담을 공부할 때,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본다는 공감의 의미를 빗대어서 미국식 속담인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 보는 것”이란 표현을 배우기도 합니다.

    이러한 공감이 부모 자녀 사이에서 잘 이루어지게 되면 다음과 같은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됩니다. 우선, 감정을 잘 표현 할 수 있게 되어 서로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자녀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고 수용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녀에게 의사소통하는 좋은 표현방식의 모범이 될 수 있으며, 자녀가 자신의 감정을 경험하도록 고무시킴으로써 마음이 풀리는 정화적 안도감(cathartic relief)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부모가 자녀에게 그들의 이해를 전달하기 때문에 서로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도 도움을 줍니다. 한데, 이렇게 좋은 영향 또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공감을 몸소 실천하려고 하면 그것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방법이 쉽게 떠오르지 않고 막연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공감을 실천할 때 따르는 방법을 상담하는 사람들은 ‘감정반영’한다고 말합니다. 감정반영을 하는 방법을 부모-자녀 관계에 대입하여 간단히 말하면 “자녀가 부모에게 전달하는 말의 내용, 자녀의 현재의 느낌과 과거의 느낌 등을 부모가 언어 및 비언어메세지로 표현해 주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줄여서 말하면, “자녀의 말과 행동에서 표현된 기본적인 감정, 생각 및 태도를 부모가 다른 참신한 말로 부언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arcuff라는 학자가 공감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감정반영 방법을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까지 5단계로 제시하였습니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1수준은 자녀가 뭔가 얘기할 때 부모가 ‘전혀 딴소리’를 하는 수준입니다. 이를테면, ‘엄마 나 학교에서 일이 있었어!’라고 자녀가 말할 때, ‘씻고 밥부터 먹어라.’하고 반응하는 것입니다. 2수준은 자녀가 표현한 바에 대해서 반응을 하고 있으나 자녀의 마음 특히, 감정을 잘 반영해주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예를 들면, ‘엄마 나 학교에서 일이 있었어!’라고 말할 때, ‘그래! 학교 다니다 보면 힘든 일이 있기 마련이지. 남들도 마찬가지야’하고 반응하는 것입니다. 3수준은 자녀가 표현한 감정의 의미를 부모가 잘 읽어주는 상태입니다. 예를 들어, ‘엄마 나 학교에서 일이 있었어!’라고 말할 때, ‘학교에서 나쁜 일이 있었구나.’하고 반응하는 것입니다. 4수준은 부모가 자녀의 마음속에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보완하여 표현해 주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엄마 나 학교에서 일이 있었어!’라고 말할 때, ‘학교에서 나쁜 일이 있어 기분이 상했구나.’ 하고 반응하는 것입니다. 5수준은 자녀가 아직 표현하지 못한 더 깊은 수준의 감정을 부모가 심도 있고 정확하게 보완하여 표현해 줄 뿐만 아니라 도움 받는 이로 하여금 자기의 긍정적인 바람을 알아차리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엄마 나 학교에서 일이 있었어!’라고 말할 때,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마음이 상했구나. 힘들어 보인다. 그런 일들이 적어야 네가 학교 다니는 일이 편하고 수월해질텐데.”라고 반응하는 것입니다.

    자녀의 긍정적인 변화를 잘 이끌어 내는 부모님들께서는 대개 3수준 이상의 반응을 잘 하시는 분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담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보다 높은 수준의 공감을 하기 위해 이러한 대화연습을 두고두고 반복해서 합니다. 일전에 오랜 상담 경험을 지닌 대가를 만나 말씀을 듣는 가운데, ‘공감’은 병원 수술 때 사용하는 ‘마취제’ 같은 면이 있다는 비유를 듣고 수긍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은 변화를 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통과 저항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고통을 잘 견딜 수 있는 힘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평소 얼마나 ‘공감’을 받았는가와 관련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즉, 변화하는 과정에서 오는 저항이나 고통을 자녀가 견디도록 하는 힘이 부모의 공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자녀가 무언가 많이 힘들어 하며 넌지시 그것을 표현할 때,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공감’의 말에 무엇이 있을까요. 제가 만난 청소년들은 위로가 되었던 부모님의 말 한마디 로 다음의 말을 공통적으로 꼽았습니다. “네가 많이 힘들었구나. 엄마(아빠)는 네가 그렇게 힘들어 하는 줄 잘 몰랐어! 미안하다.”

    이력 -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육상담전공 박사 수료
    경력 - 현) 서울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 특별상담원
    성산효대학원대학교 가족상담학과, 이화여자대학교 및 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 출강
    - 전) 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