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문화’와 돈벌이 수단이 된 딥페이크

올해 11월 정부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 한 해 동안 검거된 딥페이크 성폭력 피의자 506명 중 10대가 411명이라고 합니다. 전체 가해자 중 80%를 상회하는 비율입니다. 이런 높은 비율은 딥페이크가 극소수 청소년들의 ‘일탈적’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BBC 뉴스(2024.08.29.)는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사건을 보도하면서 “놀이문화로 번졌다”라고 표현했습니다. 타인을 표적으로 삼은 성적 이미지를 제작하고 공유하며 소비하는 것이 일종의 학생들 사이의 장난감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를 단순한 10대의 ‘성적 호기심’으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지인능욕’이라는 표현을 아시나요? 자신의 지인의 딥페이크 합성물 등을 게시하면서 성적으로 욕보이는(능욕하는) 것을 일컫는 디지털 세계의 은어이자, 딥페이크와 한 쌍으로 붙어 다니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 표현은 딥페이크 성폭력이 성적 호기심이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성적 놀잇감’으로 만들며 즐거워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텔레그램 방에서 친구들 혹은 익명의 사람들과 낄낄대며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런 피해 합성물을 불법적으로 유포하거나 판매하면 금전적 수입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서로를 인격체로 존중하는 성교육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청소년 가해자 부모의 대리인 상담을 하게 될 때면 딥페이크와 같은 디지털 성폭력이 성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행위가 아니라 성적 괴롭힘에 더 가깝고 엄연한 폭력이라는 것을 명확히 말씀드립니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야 제대로 된 해답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일부 청소년들은 또래 무리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가담하기도 하고, 피해 합성물을 보는 것에 망설임이나 불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동조가 피해를 유지시키는 토양이 됩니다.

그러므로 가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성을 나와 같은 인격을 지닌 주체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교육과 경험이 중요합니다. ‘남자다움’ 혹은 ‘여자다움’을 강조하지 않는 양육 환경이 마련되고, 아동기부터 이성 또래와 연애가 아닌 방식의 친교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경험이 주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생애주기에 맞춰서 적절한 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유네스코는 2009년 각 생애주기별로 이루어져야 할 포괄적 성교육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은 관계, 폭력, 가족, 가치, 성(sexuality) 등 여러 분야에서 연령별로 익혀야 할 학습목표를 제시하는데요, 이중 딥페이크 성폭력 가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내용 일부를 발췌하여 소개합니다.

최근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성교육 프로그램이 풍성해지고 있습니다. 청소년센터 혹은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다양한 성교육 프로그램과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남성 청소년의 성교육에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려 보세요.

※참고

◆ 남다른성교육연구소

- 남성청(소)년 특화 성교육 연구소

- 소그룹 성교육 신청 가능

- 홈페이지: https://www.namdareunboys.com/

◆ 디클(디지털세상을클린하게)

-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개설한 디지털성폭력예방교육 플랫폼

- 홈페이지: https://dicle.kigep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