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그루밍은 SNS와 같이 온라인공간에서 타인과 소통이 가능한 공간이라면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SNS를 전면 금지하면 온라인그루밍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까요? 디지털기기를 주지 않는다고, SNS 하지 못하게 한다고, 안 하거나 못할까요? 그리고 과연 온라인그루밍의 잠재적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같이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SNS나 영상공유 플랫폼에서 인기 있는 청소년 크리에이터 혹은 인플루언서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요. 만약 이들이 더 이상 온라인공간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된다면 그들이 우리에게 선사해 주는 다양한 재미와 창의적 비전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는 뜻일 것입니다.

온라인그루밍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교육이 중요합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문해력’이라고 번역되기도 합니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의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면서 명확한 정보를 찾고, 평가하고, 조합하는 개인의 능력’을 뜻합니다. ‘디지털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주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소양으로 윤리적 태도를 가지고 디지털 기술을 이해·활용하여 정보의 탐색 및 관리, 창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적 역량’으로 정의되기도 합니다.

유네스코(UNESCO, 2017)는 디지털 시민의식(Digital Citizenship)을 ‘효과적으로 정보를 찾고, 접근하고, 사용하고 생성할 수 있는 역량, 비판적이고 민감하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타인 및 콘텐츠에 참여하는 역량, 온라인 및 ICT 환경을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탐색하는 역량,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는 역량‘이라고 정의합니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가 제시하는 디지털 리터리시 6요소 중 ’디지털 시민의식‘은 인터넷 안전, 관계 및 소통, 사이버 폭력 등 온라인그루밍과 유사한 온라인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 요소들과 관련한 교육 내용이 포함됩니다.

Government of British Columbia (2022). Digital literacy—province of British Columbia.Government of British Columbia.

첫째, 직접 경험하고 느끼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디지털기기의 사용과 온라인공간에서의 소통을 무조건 금지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직접 충분히 경험하고 스스로 느낄 수 있게 오히려 문을 더 활짝 열어주어야 합니다. 온라인공간에서의 소통과 참여를 경험하면서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나누고 발전시켜 나가야 좋은 것(권장되는 것)과 나쁜 것(지양해야 하는 것)을 구분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습니다.

둘째, 양육자는 계속해서 청소년 자녀와 소통하고 토론하는 교육자이자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양육자들이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온라인그루밍이든 디지털 성폭력이든 모든 종류의 성폭력은 가해자가 가해하지 않아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어떤 조건을 가진 사람이든 인격과 감정을 가진 존엄한 인간으로 존중해야 한다’라는 단순하고도 명료한 진리를, 자신이 가진 모든 지식과 가치의 한가운데에 크고 단단하게 심어둘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본 윤리를 잘 이해하고 체득해야만 불법 사이트나 불법 촬영물이 게시된 공간은 접속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넷째,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삶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오프라인에서 가족 혹은 사회적 관계를 다양하게 맺는 경험들은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타인과의 갈등이나 문제 상황을 타개하는데 단서와 기준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섯째, 자녀가 어릴 때부터 적절한 성교육 동화나 관련 콘텐츠를 찾아 양육자와 함께 읽고 보면서 건강한 성 지식을 습득하도록 돕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자신이 이용하는 콘텐츠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도 키워볼 수 있고, 성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콘텐츠를 스스로 판단할 수도 있게 될 것입니다. 또 온라인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타인과의 교류에서도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할 뿐 아니라, 필요할 때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면 피해뿐 아니라 가해도 더욱 확산되고 지속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추천도서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 / 김아미 / 민음사(2023)

◆디지털시대의 페미니즘 / 허윤 외 / 한겨레출판(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