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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칼럼

청소년의 디지털 성범죄 대처방안과 피해자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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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우남(상담팀) 등록일 20-05-20 16:10 조회수 7,772 영역

본문

  • 저자 :
  • 공정식
  • 약력 :
  •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 교수
  • <아동,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대처방안>

     

    요즘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가상세계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금지할수록 아이들은 더욱 더 은밀하게 디지털 세계 속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따라서 아동청소년의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첫째, 컴퓨터를 못하게 하는 것보다 디지털 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에 대하여 평소에 사전 예방교육이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내 자녀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한편, 가해자도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우리 아이가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아이를 다그치기 보다는 아이가 느끼는 고통에 먼저 집중해야 합니다. 아이는 우연히 음란물을 접하다가 범죄자들의 꼬임에 넘어가 피해를 보고 무저항 상태에서 마음을 졸이며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범죄자의 집요한 요구의 무서운 상황에서도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한 이유도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집에서 엄하게 교육받은 아이들은 자신이 피해당한 사실보다 그런 일에 끼어들게 된 것에 대하여 혼이 날 것을 더 두려워하고 심지어 부모로부터 버려질 것에 대하여 더 걱정하기 때문에,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지나가기만을 간절히 기대합니다.

    셋째, 일단 아이가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신속한 신고가 가장 중요합니다. 동시에 아이가 범죄자의 협박이나 강요에 대항하고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을 키워주어야 하는데, 그러한 힘은 아이가 부모를 비롯하여 주변 사람들로부터 충분히 지지를 받고 있다고 느낄 때 생깁니다. 아이의 작은 잘못을 꾸짖기보다는 아이의 약점을 악용한 범죄자를 아이와 함께 공격하는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사건을 다시 언급함으로써 그들의 트라우마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전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들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인식입니다. 디지털 상에 불법 음란물의 피해자는 사건의 문제해결이 제대로 안되면 성적 수치심과 인격권, 생명권을 침해당하는 상태에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게 됩니다. 우리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불법 영상정보가 피해자 자신도 모르게 돌아다닌 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많은 피해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인터넷상에서 돌아다니는 불법 영상물의 존재를 지인을 통해 듣기도 합니다. 국가노력만으로 전파된 영상물의 완전한 삭제가 어렵다보니 자신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는 무기력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피해자들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으로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서 피해자 보호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 가해자 처벌을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고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성폭력처벌법 피해자관련 영상물 삭제지원 정도를 규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손상에 대하여는 법률적 지원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도적으로 보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여성긴급전화 1366, 성폭력상담소, 해바라기센터 등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중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가장 전문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관에서는 불법촬영물 삭제지원, 상담지원, 수사지원, 의료지원의 활동을 하고 있지만, 디지털 성범죄의 발생빈도를 고려해볼 때,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인력으로 인하여 주로 불법촬영물 삭제지원을 중심으로 활동할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최근에는 불법촬영물 삭제에 들어가는 비용을 가해자에게 부과하는 성폭력방지법 개정안도 거론되었고, n번방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 이슈화되면서 범죄피해자보호법령의 개정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입원이나 생계비 지원 조치가 시행되고 있기는 합니다.

     

    <가족의 중요성>

     

    디지털 세상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이제 국가의 힘만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피해자들의 상당수가 아동이나 청소년이기 때문에 이들의 보호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됩니다. 어쩌면 절차가 복잡한 국가지원 이전부터 피해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집단은 바로 가까운 주변 사람들일 것입니다. 피해사실을 주위 사람들이 아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스스로 나서서 도움을 구할 수도 없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먼저 나서서 보호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 역할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집단은 바로 가족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가족 간에도 성범죄 피해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어려울 때도 있지요. 그 벽을 깨는 것은 평소 가족 간의 유대감이지만, 위기에 찬 가족들이 의기투합하면 더 강한 결속력을 가진 가족으로 거듭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 벽을 누가 먼저 깨야 할까요?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해자가 그 벽을 깨는 것은 어렵습니다. 따라서 그 벽은 다른 가족 구성원, 특히 부모가 가장 앞장서서 깨야 합니다. 물론 부모도 설마 내 아이가 방송에서만 들었던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라는 사실이 매우 당황스럽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모른 채 지나가는 것은 피해자의 상처를 더 키울 수 밖에 없습니다.

    부모는 가장 먼저 무너진 자녀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자존감이 무너진 아이는 저항할 힘조차 없기 때문에 피해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자존감을 높여서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이 생길 때, 피해는 반복되지 않습니다. 이를 소위 ‘난 호구가 아니야’라는 전략이라고도 합니다. 아이에게 가족은 모두 너의 편이라는 신뢰를 반드시 심어주어야 합니다. 사건이 발생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따져서 피해자의 작은 잘못이나 실수를 언급하는 순간 가족 간의 신뢰는 무너집니다. 그러면 자녀는 더 비참해지고 가족에게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숨어 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자녀가 스스로 대항할 수 있도록 자존감을 높여주어야 소위 말하는 ‘호구’가 안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에서 아이의 마음속에 남은 상처를 치유하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아이의 상처는 덮는 것이 아니라 상처는 치료를 해야 훗날 흉터도 적게 남습니다. 상처를 치료하는데 있어서 전문가의 개입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가족이 하는 것입니다. 끝까지 피해 자녀의 편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피해자의 상처를 덮으려고 해서는 안 되고 상처가 더 커지거나 흉터로 남지 않도록 치유해주어야 한다는 점에 집중해야 합니다. 치유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잘못이나 실수를 언급하는 것은 2차 피해에 해당하며 어설픈 조언이나 충고는 피해자를 움추려 들게 만듭니다. 다시 말해서 무조건적으로 피해자의 편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강조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들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자녀가 피해자가 되든 가해자가 되든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보호막이 될 것입니다.

     

     

    ※ 참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신고 기관(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www.women1366.kr/stopds)

    - 상담 신청 방법 : 온라인(비공개) 게시판, 전화(02-735-8994)

    - 상담시간 : 전화 상담은 평일 10:00~17:00, (점심 시간 12:00~13:00)

      * 온라인 게시판으로 상시 신청 가능하나, 답변 시간은 평일 10:00~17:00

     

    여성긴급전화 특수 전화 1366

    (위기에 처한 여성에게 1년 365일 24시간 즉각 서비스 제공)

     

    ▷ 방심위 디지털성범죄 심의 신고 : 방송통신심의위원회(www.kocsc.or.kr), 전화(1337)

    ▷ 범죄피해 지원 문의 : “스마일센터” 총괄지원단(www.resmile.or.kr), 전화(02-333-1295)

    ▷ 범죄피해 신고 : 사이버경찰청(www.safe182.go.kr)

    ▷ 범죄피해 신고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cyber-lion.com), 전화(02-817-7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