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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도박문제Ⅱ-도박 중독, 어떻게 대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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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우남(상담팀) 등록일 19-08-20 11:38 조회수 6,168 영역 일탈/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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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
  • 김한우
  • 약력 :
  • 월든3 아카데미 대표
    임상심리전문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 중독심리전문가
    '우리는 왜 도박에 빠지는 걸까' 저자
  • 지난 시간에 이미 우리 아이들에게 도박 중독이 소리 소문없이 퍼지고 있는 무서운 현실을 알려 드렸습니다. 

     

    오늘은 도박 중독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만약 여러분의 자녀가 도박에 중독된 게 확실하다면, 혹은 강하게 의심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도박중독 전문기관에 한시라도 빨리 연락하는 겁니다. 이미 국가에서 운영하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전국에서 운영 중입니다. 국번 없이 1336으로 연락하시면 가장 가까운 기관을 연결해 줄 겁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도박 중독만 전문적으로 치료하며 상담 뿐 아니라 가족을 대상으로 한 교육 및 자조 모임 연계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무엇보다 도박 중독 치료의 전문가가 상근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게다가 거의 대부분의 비용이 무료이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주지도 않습니다. 

     

    그 다음 하셔야 할 일은 도박 중독에 대해 배우는 겁니다. 선진국의 경우는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가족 중 누군가가 병에 걸리면 그게 어떤 병인지 관련 서적을 사서 읽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물론 치료야 전문가에게 맡겨야겠지만 그 병에 대해 가족들도 잘 알고 있어야 당황하지 않고 가족들이 필요할 때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그 병에 대해 공부하는 가족들이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도박 중독을 검색하는 게 대부분인데 도박 중독의 경우는 아직까지 인터넷에서 꼭 필요한 양질의 정보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병이거든요. 그래서 잘 정리된 책을 읽는 게 더 낫습니다. 이것만 읽으면 충분하다고 자신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제가 쓴 ‘우리는 왜 도박에 빠지는 걸까’라는 책이 부모님들께 도움이 될 겁니다. 그렇게 한 뒤에도 부족한 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전문가에게 더 배우셔야 합니다. 

     

    도박에 중독된 자녀에게 신경 써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꼭 아셨으면 하는 점을 몇 가지 더 말씀드리면, 첫째는 절대로 돈을 주시면 안 됩니다. 제가 흔히 드는 예로 도박 중독자에게 돈을 주는 건 마약 중독자에게 마약을 먹이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도박에 탕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빚을 갚기 위해서 돈을 달라고 할 수 있고 자녀가 미성년이라면 돈을 마련할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부모가 대신 갚아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가능하면 그렇게 하지 말고 자녀가 뒷감당을 할 수 있도록 버틸 필요가 있고 정 딱한 사정으로 대신 갚아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갚아준 돈을 차후에 반드시 자녀로부터 받아내셔야 합니다. 도박 중독 치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니까요. 절대로 부모님이 대신 책임을 지시면 안 됩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건 자녀가 이미 도박에 중독된 경우 자녀의 말이 아닌 행동을 믿어야 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흔히 도박 중독을 거짓말 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도박에 중독되면 누구나 능수능란한 거짓말쟁이가 되기 때문인데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그럴싸하게 들리는 말이라도 반드시 증거를 요구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일례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의 등록금을 빌려서 도박에 탕진했다면서 친구까지 동원해 연극으로 부모의 돈을 뜯어내 다시 도박을 하러 간 도박자도 있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객관적인 증거를 확인하고 말이 아닌 행동을 믿으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예방 차원에서 도박에 중독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해 말씀드리면,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건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간수의 역할은 죄수의 탈옥을 막고 감시하는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간수의 존재는 죄수가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참회하는 걸 막고 어떻게든 간수의 눈을 피해 탈옥하고 싶어지게 만듭니다. 그러니 부모가 감시자의 역할을 자처하면 자녀는 부모의 눈을 피하려고만 하게 됩니다. 데이트를 할 때도 마주 앉아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게 낯설지 않은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스마트 기기가 눈, 귀, 입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스마트 기기를 빼앗는 건 그들의 눈을 가리고 귀와 입을 막는 것과 같습니다. 반감만 사게 될 따름이지요. 

     

    그래서 도박 중독을 예방하려면 결국에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오지만 ‘돈에 대한 이야기, 돈을 버는 이유,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하고 사는 게 행복한가, 행복은 무엇인가’ 처럼 어른들도 바쁘게 살면서 잊고 살았던 물음에 답하는 연습을 함께 하셔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녀와 대화하는 물꼬를 트기 전에 부모님 먼저 이러한 질문에 답해 보셔야겠지요. 

     

    상담을 해 보면 우리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만큼 철없고 어리지 않더군요. 자신에게 펼쳐질 인생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지만 답을 찾기 쉽지 않고 그 고민을 함께 해 줄 어른에 목말라하는 청소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부모님이 그 어른이 되어주신다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