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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의견도 귀담아 듣는 정치를 만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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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우남 등록일 18-12-12 13:18 조회수 3,979 영역 정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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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
  • (쥬리) 강민진
  • 약력 :
  •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활동
    ◦ <연애와 사랑에 대한 십대들의 이야기>, <가장 민주적인, 가장 교육적인> 등 공저
  • 잠시 청소년 시절을 떠올려봅시다. 내 의견을 말할 기회도 없이, ‘넌 이거 해야 해’ ‘내 말대로 해’ 이런 이야길 들으면 기분이 어땠나요? 다 같이 가는 가족여행인데 어디에 갈지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정하거나, 학교 규칙이 오로지 선생님들에 의해서 정해질 때는요?

    잘 기억이 나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 분명히 그 당시엔 부당하단 생각을 하셨을 것입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남이 하란 대로 수동적으로 사는 걸 싫어하거든요.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 명명했다지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이 있고, 그 의견이 타인으로부터 존중받길 원합니다. 자신의 의견이 공동체의 결정에 반영되기를 바라죠.

     

    정치란 결국 공동체의 일을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이 공동체는 한 나라가 될 수도, 한 나라 안의 어느 지역이 될 수도, 또는 그보다 더 작은 집단들이 될 수도 있겠죠.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정치 참여입니다.

    민주주의 사회란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고, 모두가 동등하게 자신의 의견을 정치에 반영시킬 수 있는 사회입니다. 구성원들 간에 의견이 다를 때는 심도 깊은 토론을 하기도 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도 하고, 절충점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이 원활하게 잘 돌아가는 정치가 바로 잘되는 정치입니다.

    그런데 민주주의 사회라는 우리나라에도, 정치 참여의 권리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만 18세 이하 청소년들입니다. 현재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유일하게 만 19세로 가장 높은 선거연령 기준을 두고 있고, 청소년이 정당에서 활동하거나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주민투표나 주민발의를 할 권리도 주지 않고 있죠. 많은 나라들이 만 18세 또는 16세부터 선거권을 부여하고, 청소년의 정당활동이나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몇 달 전 지방선거가 있었죠. 교육감 선거를 비롯해 대부분의 선거 후보들이 청소년을 위한 공약은 잘 내놓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를 안거나 청소년과 함께 서서 웃는 사진은 선거 홍보용으로 많이 찍었지만, 막상 만 18세 이하 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무얼 원하는지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었지요.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시기 때도, 교복 입은 학생들에게만큼은 후보자들도 악수를 청하지 않고 선거운동원들도 명함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정치인들이 신경을 쓰는 건 ‘표’니까요.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는 사회에서, 유권자가 될 수 없는 청소년들을 대변해줄 정치인을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청소년을 정치와 상관없는 존재로 여기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 정치의 결과로 청소년들이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는 상당히 많습니다. 청소년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초·중·고등학교 관련 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입시제도, 현장실습 관련 정책, 학교폭력·가정폭력·성폭력 관련 제도, 최저임금 등 노동 정책,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대책 등 청소년도 엄연히 여러 제도와 정책의 이해당사자입니다.

     

    지금 경남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청소년들과 시민단체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의회 의원들은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달라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보다는, 유권자인 어른들의 의견에 더 신경을 쓰죠. 청소년의 의견도 귀담아 듣는 정치를 만드는 방법의 일환으로써 우리는 선거연령 하향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 국회에서는 만 18세로 선거연령을 하향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이 ‘18세 선거권’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지만, 중요한 것은 만 18세가 얼마나 ‘성숙한가’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인류는 남성에게만 부여하던 참정권을 여성에게도 부여하기 시작했고, 백인만 선거할 수 있던 사회가 유색인종도 함께 선거하는 사회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인권에 자격이 없는 것처럼, 민주주의를 누리는 것에도 자격은 없습니다. 잘났든 못났든 동등하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이기 때문입니다. 선거연령이 한 살 한 살 하향될수록, 우리 사회는 더 많은 청소년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을 능력을 갖추어 나갈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확대란 바로 이런 과정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