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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랜덤채팅을 통해 연애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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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윤희 등록일 17-11-28 17:19 조회수 8,145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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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
  • 진란영 센터장
  • 약력 :
  • 탁틴내일청소년성문화센터장
  • “10대 랜덤채팅을 통해 연애를 하다”

     

     

    진란영 센터장┃탁틴내일청소년성문화센터

     

     

    “중학교 2학년인 A는 친구들이 데이트 경험을 얘기할 때 마음속으로 그 친구가 너무 부러웠다. 같이 수다를 떠는 친구들이 모두 데이트 경험이 있는데, 나만 모태솔로인 것이 자존심 상하고, 친구들이 나를 찌질 하게 보면 어떻게하나?라는 고민도 들었다. 부모님은 연애보다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고민 상대가 되어 주기는커녕 자칫하면 혼이 날 것 같고, 나도 친구들처럼 연애라는 것을 하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졌다. 내가 연애를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나의 외모 때문인 것 같아 A는 내 외모를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랜덤채팅을 통해 연애의 기회를 만들어 보기로 결정했다.”

     

    청소년기는 2차성징과 더불어 연애에 대한 욕구와 관심이 커지는 시기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청소년들이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연애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인데 마치 연애를 못한다는 것은 내가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 같고, 친구들과 대화할 때 공유할 수 있는 꺼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나만 바보 같다는 생각에 많은 청소년들이 연애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결국은 A처럼 랜덤채팅을 통해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랜덤채팅이라고 혹시 들어보셨나요? 지금의 10대 청소년들은 디지털이 일상이 된 세대입니다. 그래서 물건을 구입할 때도 부모님들이 마트를 가는 대신 인터넷을 통해 주문하고, 학습에 필요한 정보를 알아볼 때도 도서관 대신 포털사이트를 통해 검색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방법 역시 인터넷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연애를 하고 헤어지기도 합니다. 인터넷은 이미 청소년들의 일상으로 깊숙이 파고들었고 인터넷을 할 수 없다는 환경은 청소년들을 패닉상태로 빠지게 합니다.

     

    부모님들께서는 인터넷을 통해 만난 사람을 어떻게 신뢰 할 수 있겠냐고 질문하실 수 있습니다만, 2017년 현실세계가 이미 그렇게 구성되고 있습니다. 다만 10대 청소년들보다 기성세대가 인터넷 문화에 부적응 상태이다 보니 두려움과 우려가 큰 것이지요. 사이버 세상은 속도가 매우 중요한 공간입니다. 그러다보니 인터넷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우리(부모님 혹은 성인)의 생각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성교육을 하면서 만난 10대들에게 가장 짧은 연애 경험을 물어봤더니 3시간 이라는 대답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3시간이라는 얘기에 놀랐던 사람은 본 필자밖에 없더군요. 우리의 기준으로 3시간이라는 것은 상대방을 탐색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인데 10대 청소년들은 그 짧은 시간 안에 만남과 헤어짐을 모두 경험했던 것입니다. 그 3시간 이라는 시간 동안 10대 청소년은 나름 진지하게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느꼈고, 행복함을 느꼈고, 이별로 인한 슬픔도 느꼈던 것입니다.

    이제는 부모님들의 우려와 두려움이 청소년들의 사이버 접근을 막을 수 없는 시대입니다. 또한 10대 자녀가 가능한 연애라는 것을 성인기까지 유예하기를 바라시는 마음은 매우 부질없는 바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10대 자녀가 있다면 연애에 대한 대화를 꼭 해보시길 권유해 드립니다. 그리고 섣불리 조언을 하시기보다 자녀가 어떤 연애관을 가지고 있는지 열심히 경청해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탐색 후에 연애를 시작했던 세대이지만, 지금의 10대 청소년들은 먼저 사귀기로 결정한 다음 탐색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생각했거나 경험했던 연애에 순서가 있다면, 지금의 10대 청소년들에게 일정한 순서가 정해진 연애란 것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연애를 먼저 시작하고 순서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바뀌는 세대입니다. 우리가 10대들의 연애문화를 부정한다고 해서 그들이 우리의 부정을 수용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더 많이 대화 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 스스로 놓쳐 버리게 되는 결과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10대 시절을 기준으로 삼지 마시고 디지털 시대에 부적응한 기성세대임을 인정하면서 10대 자녀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또 경청해 주시길 당부합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 나의 자녀가 “엄마(아빠)는 어떻게 생각해?”란 질문이 나올 때가 부모님의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셔도 되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