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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상실을 겪은 우리아이" - 첫번째 이야기: 자녀의 슬픔과 상실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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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윤희 등록일 17-09-27 18:26 조회수 7,208 영역 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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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
  • 하정희 교수
  • 약력 :
  • 한양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 부교수
  • “슬픔과 상실을 겪은 우리 아이”

    - 첫 번째 이야기 : 자녀의 슬픔과 상실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 -

     

    하정희 교수한양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 부교수

     

     

    “옛날 옛적에, 그 어느 누구도 죽음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이 나라 아이들은 늘 행복하고 쾌활해 보였으며, 어떠한 상실이나 상처를 겪든지 간에 잘 이겨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나라 아이들은 죽음, 이혼, 생활의 큰 변화와 같은 문제들을 겪었을 때에도 ‘노련한 배우’처럼 행동했습니다. 이 나라에서 부모와 성인들은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만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가급적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것들로 인해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하거나 당황할 것이라고 어른들은 생각했기 때문입니다(슬픔과 상실을 겪은 아동·청소년 상담 및 사례, 2014).”

     

     슬픔이나 상실은 어른뿐만 아니라 아주 어린 아이들도 겪을 수 있는 감정입니다. 어른들은 흔히 아이들이 상실을 겪은 후 어떠한 고통을 겪을지에 대해 과소평가하거나 간과하곤 합니다.

     몇 년 전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부모님들 대부분이 함께 아파했던 경험이 떠오르실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 전 국민에게, 특히 그만한 또래의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더 생생한 아픔으로 다가왔던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 당시 부모님들도 마음 아파했지만 청소년들은 물론 심지어는 2-3세의 어린 아이들까지도 부모님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갖가지 증상을 나타내며 상담실에 방문하곤 했습니다. 이처럼 슬픔과 상실의 경험은 어른들만 겪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특히나 어린 자녀들은 슬픔과 상실을 어른과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가령, 잠을 잘 자지 않거나,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거나, 짜증을 내거나,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등으로 자신의 슬픔이나 상실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부모들은 대개 이런 자녀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워합니다. 중요한 것은 연령에 상관없이 슬픔이나 상실은 누구나 경험하며 표현되어진다는 것입니다.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자녀에게 관심을 두고 보살펴주기 위해서는 자녀의 슬픔이나 상실에도 관심을 가져주어야 할 것입니다. 부모로서 필자 역시 자녀의 슬픔보다는 기쁜 사건에 더 큰 관심을 둘 때가 많습니다. 아마도 자녀가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밝고 긍정적인 감정과 사건을 더 많이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탓이겠지요. 부모들이 자녀의 긍정적인 모습만을 조명한다면 우리도 모르게 자녀의 어두운 면들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여러분의 자녀가 여러분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속상했던 일, 슬픔 감정, 전학 간 친구에 대한 원망....’ 이러한 감정들을 여러분께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있는지요? 현재 여러분의 자녀가 이러한 상실에 대한 마음을 여러분께 표현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자녀의 슬픔과 상실을 대체로 잘 다뤄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자녀가 언제나 부모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긍정적인 일들만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어쩌면 자녀는 부모인 여러분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자녀가 겪고 있는 아주 작은 슬픔, 사소한 상실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부모, 그리고 그것을 자녀가 표현하도록 따뜻하게 격려해주고 손잡아 주는 부모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