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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칼럼

이 시대가 요구하는 부모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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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채은 등록일 06-06-19 00:00 조회수 7,766 영역 학업/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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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시대가 요구하는 부모역할


    구본용(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교수(전)/ 강남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한국아동·청소년상담학회 회장)

    5월에는 기념해야 할 날들이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좋은 계절이다 보니 그런 모양이다.이런 날들 덕분에 우리는 아이들을
    부모님들을 그리고 선생님들을 더 특별히 생각할 수 있다. 연로해져만
    가는 그분들의 모습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아려진다. 나는 그
    분들에게 어떤 존재이었을까? 그분들은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새삼스
    레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아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부모일까?

    자식은 부모의 삶을 다시 사는 존재이다.그래서 부모와 자식은 서로가
    단절될 수 없는 존재 인 것이다. 자녀들 가슴에는 부모의 모습이 녹음
    되어 저장되어 있다. 아주 훌륭한 고성능 녹음기처럼 우리의 마음에 부
    모의 모습이 생생하게 저장되어 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것이 내
    안에 있는 부모 자아(parent self)이다.이렇게 저장된 부모는 일생을 통
    해 우리의 삶의 과정을 이끌어 간다 때론 책망하기도 하고,때론 칭찬하
    기도 하며, 때론 격려해주기도 하면서 부모의 모습은 내안에 영원히 존
    재하게 된다.

    내 안의 나의 부모님들은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으며,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나는 그 분들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
    는가?내 자녀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저장되고 있으며,또한 그들 안
    에 있는 나는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화를내는 여러 이유 중에 가장 큰이유는 부모님들에
    게 자랑스럽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기 때문이다. 밖에 있는 부모든 안
    이 있는 부모든 자녀들은 늘 그들에게 괜찮은 아이로,자랑스러운아이로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이다. 그렇지 못한 자신을 보면 한심스럽고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나는 것이다. 마음속에 있는 부모가 나를 보고 자랑스러
    워하고 있는지, 실망하고 있는지, 화를 내고 있는지 아이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아이들이 부모에게 내는 화는 못 마땅한 자기 자신에
    내는 화인것이다.아이들 마음에 있는 부모는 아이들을 못마땅하게도 보
    고 자랑스럽게도 본다. 내안에 있는 나의 부모가 나를 보고 웃고 있다면
    나의 삶은 더욱 긍정적이며, 희망적이며 적극적일 것이다. 러나 내안에
    있는 나의 부모가 실망하고 찡그린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면 나의 삶은
    불안과 회의와 짜증스러움으로 일관될 것이다.

    자녀들에게 부모가 남길 가장 위대한 유산은 자녀들이 부모 앞에서 경험
    하는 ‘제 잘난 맛’이다. 즉 자녀들이 부모 앞에서 제 잘 난 맛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부모는 자녀들에게 가장 훌륭한 유산을 남겨주는 부모이
    다. 이러한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의 마음에는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고 대견해 하는 부모상이 그려져 있을 것이다.

    인간은 서로 주고받는 것이 공평한 그런 관계를 유지하려한다.친구들 사
    이에서나 부모 자식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즉 받은 만큼 돌려주고 준
    것 만큼 돌려받으려 하는 것이 인간이다. 이것이 인간 실존의 윤리이다.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받은 돌봄과 사랑을 부모에게 그리고 자기자식에게
    되갚는다. 부모에 대한 되갚음을 효(孝)라하며, 자식을 통해 되갚는 것을
    자녀에 대한 돌봄과 사랑이다. 그래서 자식은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을 받
    은 만큼 돌려 줄 수가 없는 것이다. 부모로 부터 받은 것이 많은 자녀들은
    부모에게 되 돌려주는 것이 많고, 또한 그 자식들에게 줄 것도 많다. 그렇
    지만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 없는 자녀들은 부모에게 되돌려 줄 것도
    없고 자기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도 없다. 서로의 마음이 궁핍(窮乏)한 것
    이다. 또한 부모로부터 돌봄과 사랑보다는 아픔과 고통을 물려 받았다면
    되돌아 갚을 것 역시 고통과 아픔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세대를 거쳐 이
    어지게 된다. 그러고 보면 자녀들의 효는 부모하기 나름인 것이다.
    마음에 찡그린 부모에게 효를 하는 것이 쉬울 것인지, 아니면 나를 대견해
    하는 마음의 부모를 향해 효를 하는 것이 쉬는 일인지는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 자식들이 효를 실천하고 안하는 것이 늙은 부모에게만 필요한것이
    아니다. 주고받는 것이 인간 실존의 윤리이기 때문에 이러한 소통이 차단
    되면 인간들은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즉 효를 실천하는 것이 실존
    의 윤리이기때문에 효를 실천하지 못하는것은 부모는 물론 자녀 자신에게
    도 커다란 문제가 된다. 본디 자녀는 부모에게 의존심과 충성심을 타고 태
    어난다. 그러한 의존심과 충성심은 부모를 닮아가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자녀는 부모의 좋은 모습도 닮아가고 나쁜 모습도 닮아 간다. 그것이 자녀
    가 부모에 대한 충성심이며 부지 불식 간에 행하는 효(孝)인 것이다. 좋은
    것을 물려받은 자녀 그래서 마음에 웃고있는 부모상을 지닌 자녀는 자기의
    성장과 발전을 통해 효를 실천할 것이요, 좋지 못한 것을 물려받은 자녀는
    화내고 짜증내고 있는 부모상에 올바른 효를 실천하기 어려워 질 것이다.
    그래서 부모 세대가 보이는 잘못된 행동이 세대를 거쳐 전달되는 것이다.
    이것을 회전판이라고도 한다. 옛말에 ‘정수리에 물 부으면 발끝으로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부모 세대가 저지른 잘못의 결과가 자식 세대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악행을 경계하고 선행을 할것을 권하는 말이다. 참으로 지혜로운 말이 아닐수 없다.부모는 자식의 마음에 영원히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떤 모습으로 자녀의 마음에 그려 넣어야 하는 것 역시
    부모의 중요한 몫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자녀들에게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부모, 자랑스러워하
    는 부모의 상을 그려 넣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우리의 자식들의 마음
    속에 내가 웃는 모습으로 그려질 수 있을까?

    첫째, 부모가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우선적으로 반응하기 보다는 아이들의
    감정과 욕구에 우선적으로 배려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이럴 수
    있는 것은 분명 지혜로운 것이다.많이 아는것과는 지혜로운 것은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내 마음보다 자녀의 마음을 먼저 헤아릴 수있는 것은 분명 삶
    의 위대한 지혜인 것이다. 이럴 수 있을 때 우리는 자녀들의 가슴에 불 필요한 상처를 남기지 않게 된다.

    둘째, 가르치기 전에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녀를 가르치는 것은 부모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그러나 그 가르침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생각해보아
    야 한다. 분명히 가르침은 아리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너무도 많다.즉 내 아이를 통해 내 욕구를 채우기 위해 아이를 가르
    치려 한다.분명 아이들을 위한 가르침은 아이를 위한 가르침이어야지 부모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가르침이어서는 안 된다.그러나 그구별이 쉽
    지 않다. 그러나 부모의 가르침이 부모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아이를 위한 것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이것을 구별하는 기준이 아이를 가르치기 전에 알려고 노력하는 정도이다. 가르치기 전에 알려고 노력하는 정도가 클수록 그 부모의 가르침은 진실로 아이를 위한 것일 수 있다. 그
    러나 아이를 알기 전에 가르치려는 것은 대부분 부모의 욕구를 충족 시키기 위한 것이다.

    셋째, 믿음을 주는 부모이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믿는 만큼 자란다.부
    모로부터 믿음을 받지 못한 아이는 세상을 믿지 못한다. 그로 인해 과도한
    불안과 불필요한 경쟁으로 자신의 삶을 낭비하게 된다. 부모를 통해 자신에 대한 믿음을 발전 시킨 아이들을 세상에 유익함을 나누어 주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부모의 입장보다 아이들의 입장을 우선 배려할 수 있는 부모,그래서 자녀들을 가르치기전에 알려고 하는 부모,자신을 믿어 주는 부모,그리하여 자녀들
    에게 ‘제 잘난 맛’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부모, 이러한 부모를 세상과 아이들이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