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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칼럼

힘겨운 싸움의 시작(본드 중독에 대한 실제적 이해 및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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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명성진 등록일 13-11-05 00:00 조회수 14,503 영역 정신건강

본문

  • 저자 :
  • 명성진
  • 약력 :
  • 예마을교회 담임목사
    청소년공동체 세상을 품은 아이들 대표
  • 힘겨운 싸움의 시작

    -본드 중독에 대한 실제적 이해 및 대응

     

    본드중독과의 싸움은 지루하고 긴 싸움일 수밖에 없다. 그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본드중독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수적이다. 먼저 본드는 결코 자기 스스로의 결심으로 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담배를 끊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담배보다 수십 배의 강한 중독성을 가진 본드를 스스로 결심해서 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필자는 인천지방법원의 국선 보조인을 하면서 100여명 가량의 본드 중독 청소년들을 만났고 그들을 변론하였다. 또한 필자가 일하는 세상을 품은 아이들에서 수십 명의 본드중독아이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6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중독에 대한 실제적인 이해를 가지게 되었다.

    본드중독에 대하여

    1) 본드 흡입의 시작

    청소년들이 본드흡입을 시작하는 경우는 세 가지 정도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호기심이다. 다수의 소년들이 호기심으로 시작한다. 호기심으로 시작하는 경우는 대부분 나이가 어린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분위기에 휩쓸려서이다. 다들 하기에 자신이 안하면 또래집단에서 외면당할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된 경우이다. 이 경우 몇 번의 유혹을 이겨내 보지만 끝내 하게 된다. 또한 우쭐한 마음에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도 한다. 세 번째로 강요에 의해서이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가출한 소년들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가출해서 만나 형들 혹은 언니들이 강요해서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배우게 되는 경우이다.

     

    2) 본드의 중독

    어떤 상태를 중독으로 이해해야 할까? 본드의 유혹을 스스로 이겨낼 수 없는 상태가 본드의 중독 상태이다.

    a) 본드를 흡입 했으나 중독이 아닌 경우

    거의 드문 경우이다.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청소년들 중에 본드를 했으나 중독이 아닌 경우를 발견하는 경우는 정말 희귀한 경우이다. 본드의 고수들(?)은 법원에 갈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중독이 아닌 경우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본드의 특성상 한번해서 걸리는 경우는 로또 맞을 확률이라고 말할 정도라고 한다.

    본드를 했으나 중독이 아닌 경우는 환각 상태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경우이다. 그런 경우는 본드를 할 때 목이 콱 막히는 고통스런 순간이 있는데 이것을 넘지 못한 경우이거나 본드 흡입 후 의식을 잃어 본드의 환각을 맛보지 못한 경우가 이에 속한다. 그러나 법원에 올 정도라면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는 강한 충격을 받고 자신이 애쓰면 끊을 수 있는 상태이다.

     

    b)중독초기

    환각을 경험하였으면, 본드의 맛을 제대로 한번이라도 보았으면 중독 초기이다. 아직 절제능력이 없는 청소년이 강한 자극을 주는 환각을 한번 경험했다면 이후에 반드시 그 강한 자극에 다시금 이끌리게 되어있다. 이 경우 혼자서는 끊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분류심사원에 갔다 와서 ‘정신 차렸겠지‘하고 방심하면 바로 또 본드를 흡입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때 주변에서 소년을 철저하게 밀착해서 돌볼 수 없다면 본드를 끊을 수 없고 더 깊은 중독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부모님이 본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고 대처하면 노력하면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끊을 수 있는 상태이다.

     

    c)중독중기

    환각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상태는 중기로 볼 수 있다. 이때부터는 홀로 혹은 부모님의 노력으로 끊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이때는 격리가 불가피한 상태이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중독에서 벗어나기 매우 힘든 상태이다. 본드의 환각은 흡입하면 할수록 더 많은 양을 흡입해야 환각에 이른다. 그단계에 이르면 본드 흡입회수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이 정도의 상태는 눈동자의 상태로도 금방 분별 할 수 있다. 눈의 초점이 매우 흐려져 있고 이전과 다르게 어눌해 보인다.

    d)중독말기상태

    중독 말기상태가 되면 본드를 하고도 외모 상으로 잘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가 된다. 냄새만으로 유일하게 구분될 뿐 걸음걸이나 말이나 모든 면에서 본드 했다는 티가 잘 나지 않는다. 아주 장시간 아주 많이 했을 때에만 이런 상태에 이른다. 이때는 장기간의 격리와 함께 전문적인 도움이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한 상태이다.

    그러면 본드는 몇 번해야 중독에 이르는가? 몇 번이 아니라 얼마만큼의 양을 했느냐가 중요하다. 처음 한 아이가 모텔에 가서 친구들과 한 박스를 했다면 이건 이미 중독 상태에 이른

    것이다.

     

    부모의 개입방법

    1)초기에 강력하게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범률이 가장 높은 비행중의 하나가 본드이다. 중독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만약 자녀가 본드흡입으로 경찰에 적발되었다면 그 처음 적발의 순간이 자녀의 피해를 최소화 시키고 본드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임을 명심해야한다. 처음 흡입 때에 경찰의 선처를 받아 훈방되면 대부분 중독자로 변한다. 처음 경찰에 적발되었을 때 분류심사원에 가는 정도의 충격적인 경험이 아니고서는 아이들이 본드의 심각성에 대해 깨닫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본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한 채 선처만을 구하다 치료의 시기를 놓치고만다. 초기에 강력하고 단호한 대처만이 중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2)전문가의 도움은 필수이다.

    전문가의 구체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먼저 중독의 심각성에 대해 부모님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자녀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치료와 회복의 과정을 진행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때 정신과의 격리치료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격리병동에 입원하는 것이 좋다. 본드 중독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이면 상담치료만으로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전문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3)본드를 접할 수 있는 환경과 격리되어야 한다.

    본드를 접할 수 있는 환경과의 격리가 가장 확실하게 본드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이다. 본드를 하는 친구들과의 실제적인 격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본드중독이 심각해지자 삶의 터전을 지방으로 옮기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본드를 접할 수 있는 환경과의 실제적인 격리가 불가능할 때 부모님들이 법원에 장기소년원에 송치해달라고 탄원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 이유는 완전한 격리가 아니고서는 끊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기에 가슴 아프지만 소년원에 송치해서라도 끊어야 자식을 살릴 수 있기에 그렇게 탄원을 한다.

     

    4)본드대신 새로운 것에 중독(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중독은 중독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건강한 것에 중독 즉 몰입할 때 중독은 이길 수 있다. 자녀가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어야 한다. 부모가 몰입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것이든 자녀가 깊숙이 몰입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세상을 품은 아이들에서 심각하게 본드에 중독된 아이들을 치료했던 방법은 공동생활을 통한 본드와의 격리와 음악이었다.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아이들이 상상할 수 없는 화려한 공연을 하게 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서서히 음악에 몰입되었다. 지금 음악치료를 통해 MG밴드라는 그룹도 생겼고 그들 중에 실용음악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도 여럿 탄생했다.

     

    본드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아주 간단하다. 본드를 할 수 있는 환경과의 격리와 건강하고 새로운 것에의 몰입이다. 그러나 간단하지만 쉽지 않다. 많은 문제들이 그러하지만 본드는 특히나 초기에 단호하고 강력한 개입이 중요하다. 그렇지 못한 경우 수없이 법원과 보호기관 소년원을 들락거린 후에야 본드를 끊는 비극을 경험한다.

     

    본드는 접착제이다. 흡입제가 아니다. 본드에 들어있는 톨루엔이라는 환각을 일으키는 성분을 없애면 본드를 흡입하는 아이들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본드중독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논의도 필요 없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마약과 같은 환각성분이 버젓이 팔리고 아이들의 손에 이르게 되는 일이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