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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다 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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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희창 등록일 06-06-07 00:00 조회수 4,993 영역 학업/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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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속에 갇히어 보니,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자리에 눈이 소복이 쌓였습니다.
    논도 밭도 운동장도 한길도 나무도 모두 하얗습니다. 멀리 약속을 잡아 놓았는데, 가지 못하고 눈 속에 갇혀 버렸습니다.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하늘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다 결국은 모두 포 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 놓아 버리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 합니다.
    그토록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게 되니까 그런 일 들이 그토록 중요한 것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눈 속에 갇혀 있으니 정작 내가 갇혀 있는 것은 하얀 눈이 아니라 내 눈 속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보이는 것에 집착하고 마음을 다스리지 못 해 힘들어하고 눈에 보이는 것만을 치장하고 서로 눈치 보는,그래서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아집과 편견, 체면의 덩어리 눈 말입니다.

    동네 아이들이 모두 나와 눈 싸움을 하고 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즐겁군요.저 아이들은 갇힌 게 아니라 해방의 축제를 벌이고 있지요.

    줄기 포가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거라고 여기저기서 떠들썩하게 과학 잔치, 돈 잔치를 벌였는데 정작 먹을 게 없다며 허탈해 합니다.
    줄기세포가 진짜로 있었는지 없었는지, 속고 안 속고의 문제가 아니라 보이는 것에 현혹되어 정작 보지 못한것이 있었다는 것을 한 해가 가기 전에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는 진짜 불행한 사람들이 될 것 같군요.

    생명공학이 인류의 질병과 고통의 문제를 시원히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우리의 빈약한 살림살이를 첨단 과학 영웅의 순수한 애국심으로 얼마든지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그래서 갇힌 사회 속에서 좋아하고 실망하고 날뛰고 티격태격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정말 암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간단한 우리의 삶이 아닌데, 보이는 것 한 두 개로 만병 통치약을 만들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을텐데, 점차 양극화되는 사회가 아닌가요? 도저히 나눌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이 대다수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풍성한 미래를 끊임 없이 외치는 화려한문명 속에서 시들어가고 병들어 가는 음지문화는 아예 드러나지도 않는 체, 한 두 그럴싸한 영웅을 만들어 이 세상을 구원할 거라는 거짓 믿음에 현혹되도록 만드는 국가 논리, 자본의 논리를 깨닫지 못 한다면 우리는 더욱 불행해 질 거라는 거지요.

    학교라는 희한한 도구를 통해 교육은 위대한 세계 시민이 아닌 우매한 국민을 만들어 내 왔습니다.경쟁과 효율에 익숙한, 그래서 자신을 비하하고 언제든지 전락 할 수 있는 열등감 덩어리를 만들어 온 거지요.
    복종과 질서의 체제는 어떤 고상한감성도 용납하지않아 오직 힘과 보이는 것에 만족 하도록 천박한 근육 인간을 생산하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교육방식을 바꾸어 본 들, 수월성의 논리로 아이들이 얼마나 성적이 올랐는지 만을 고민하게 만드는 교육이라면 이미 그건 교육이 아닙니다.

    근본적인 것을 생각하지 않는, 상생과 평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교육이라면 접는 게 나을 것입니다.

    모두가 잘 사는 번영하는 사회는 존재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지요.
    ‘공빈’ 그러니까 이제는 함께 살려면 골고루 가난한 사회가 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번영은 독점을 필연적으로 낳게 되는 것을,‘공영’하려다가 결국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런 방법이 있냐고요? 그러니까 속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야지요.

    맥주에 소주 타지 않고 맥주를 타거나 물을 타는 황우석식 폭탄주가 유행이라면서요? 그러지 말고 냉수에 냉수 타서 마시면서 어려웠던 한 해가 가기전에 우리의 우매하고 갇힌 눈을 씻는 냉수잔치를 벌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