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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인권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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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우남 등록일 18-12-11 10:10 조회수 104 영역 정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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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
  • (쥬리) 강민진
  • 약력 :
  •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활동
    ◦ <연애와 사랑에 대한 십대들의 이야기>, <가장 민주적인, 가장 교육적인> 등 공저
  •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권이 있습니다. 흔히 ‘천부인권’이라 하지만, 인권은 하늘에서 똑 떨어진 것은 아닙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어떤 사람들은 단지 누군가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가 훨씬 길었습니다. 그러한 시대를 끝장내고자 했던 사람들의 목숨의 대가로, 모든 인간이 동등하며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권이 있다는 생각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신분제가 종식되고 여성과 유색인종들이 참정권을 얻고 난 뒤, 어린이·청소년들에게도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또한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임을 내용으로 해서 1990년에 발효된 UN아동권리협약이 그 결실 중 하나였고, 한국 역사를 돌아보면 방정환 선생으로 대표되는 어린이 권리 운동이 100여 년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1세기인 지금도 체벌을 근절하고 청소년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운동이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청소년인권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건,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아랫사람’이자 인권을 덜 가져도 되는 존재로 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저는 종종 청소년인권교육을 맡아서 진행하는데, 한번은 청소년들을 만나 ‘평소에 어른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다음과 같은 대답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말대꾸 하지 마” “애가 버릇이 없어” “너랑 나랑 같니?”

    사람들은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기 의견을 말하면 예의가 없다거나 분수를 모른다고 평가하곤 합니다. 청소년은 성인보다 ‘아래’인 존재가 아니라 동등한 사람이라고 말하면 왈칵 거부감을 느끼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요, 사람은 위아래가 없습니다.

    중2병이니, 등골브레이커니, 급식충이니... 청소년을 한데 묶어 비하하는 언어문화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을 ‘김여사’로 칭하는 것이 성차별이고, 중국인을 ‘짱깨’라 부르면 모욕이라는 점은 이제 많이들 아는데, 청소년을 비하하는 언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무감각한 것 같습니다. 여성들이 ‘된장녀’란 낙인을 피하려 애쓰듯, 청소년들도 ‘중2병’으로 불리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옥죕니다. 어른들의 말에 공감이 안 되도 동의하는 척 하고, 자신의 생각은 최대한 덜 말하고, 기분이 나빠도 꾹꾹 참습니다. 한마디 했다가는 ‘반항’하는 걸로 여겨져 혼이 나거나, 중2병이니 사춘기니 하며 비웃음을 당할 테니까요. 이런 경험을 많이 한 청소년들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갖게 되어 이후에도 자기주장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자율성보다는 순응을, 개성보다는 눈치를 가르칩니다. 대표적인 예가 중‧고등학교의 학생 두발규제입니다. 면학분위기를 위해 학생두발을 규제한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학습능력과 학생두발은 아무런 상관관계도 밝혀진 바 없습니다. 다만 ‘학생다운 머리’가 정해져 있다는 편견만이 두발규제 존치의 근거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올해 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칙의 대부분이 학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정부가 ‘학교규칙 기본원칙’을 마련해 이를 해결하라고 촉구했습니다.

    2007년 5월, 울산광역시의 어느 중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두발자유와 체벌금지를 외치는 시위를 했습니다. 시위를 했으니 뭐라도 좀 바뀌었을까요? 천만에. 교사들은 당장 시위하는 학생들을 끌어내 시위를 중단시켰고,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체벌했습니다. “머리 기르고 싶으면 자퇴해라” “시위하는 조폭들” “간이 배 밖에 나왔네” 교사들은 폭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10년쯤 지난 지금, 학교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고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학교 내 체벌이 금지된 후에도 여전히 35%가 넘는 중고생들이 체벌을 당하고 있고, 53%의 중고교에서 학생의 두발을 규제하고 있으며, 사생활 침해 학칙이 있는 경우도 92%에 이릅니다(2016 국가인권위 조사결과). 최근에는 ‘스쿨미투’의 이름으로 교사에 의한 성폭력이 줄줄이 고발되고 있습니다. 학교가 고통스럽다는 청소년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나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인권단체들은 학생인권을 보장하라며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크게 바뀌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중고생 두발자유’에 대한 만 19세 이상 성인들의 여론조사도 있었는데 무려 55%나 반대하는 걸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남의 머리에 대해 참 뚜렷한 의견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여론조사는 일반적으로 성인들만 대상으로 이뤄집니다. 투표할 수 있는 만 19세 이상의 의견만을 유의미한 여론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행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잘 드러나지 않고, 반영되기도 힘든 면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른 되어 사람 되는 게 아니라, 날 때부터 사람입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고유한 자아가 있고, 상처받을 수 있는 영혼이 있고, 포기할 수 없는 양심이 있습니다. 청소년도 마찬가지라는 믿음이, 청소년 인권을 실천하는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