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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칼럼

사춘기 부모 되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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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주 등록일 16-03-31 00:00 조회수 7,323 영역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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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
  • 한영주
  • 약력 :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상담학 부교수
    부설 15세상담연구소 소장
  • 사춘기 부모 되기 (1)

     

    새 학년이 시작되면, 아이들과 부모님 모두 새로운 긴장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가거나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간 신입생의 경우, 새 학교에 적응하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느라 한 두 달 동안은 거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게 되지요. 게다가 <나 사춘기, 건들지 마시오>라고 광고하는 것 인양, 이유 없는 온갖 짜증과 허세를 팍팍 풍기고 다니는 사춘기 아이를 보면 부모님들은 한숨이 절로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하고 싶은 말을 꾹 참으면서 아이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보다 못해 한두마디 하다보면 오히려 ‘더 참을걸...'하고 후회하기 일쑤입니다. 욱하는 심정으로 몇 마디 감정 섞인 훈계를 하면 그야말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그나마 오가던 일상적 대화까지 단절되곤 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 (무엇 때문인지 그 정확한 포인트는 잘 이해가 안되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상승무드가 찾아올 때는 다시 어린시절의 그 다정한 아가 되기도 합니다.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내가 알던 ‘내 아이’가 맞기는 한건지... 사춘기 아이의 부모노릇 하기가 너무 어려워집니다.

     

    사춘기 부모가 무슨 죄인도 아니고, 사춘기의 예측불허한 감정기복에 얼마나 맞춰야 하고 어떻게 대응을 해줘야 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받아주면 끝도 없을 것같은 아이의 요구에 무작정 친구처럼 ‘오냐오냐’하고 대응해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순간마다 올라오는 부모의 감정과 훈계를 그대로 표현하다가는 아이와의 관계 자체가 망가질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혹시 다들 겪는다는 그 중2병이 이제 내 아이에게도 찾아온 것인가?’하는 생각에 인터넷을 찾아보신 분도 계실 겁니다. ‘중2병이라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치료법도 있겠지?’하면서 잠간 동안의 위안은 되겠지만, 이런 병리적 관점으로는 진정한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의 사춘기 변화는 치료의 대상인 ‘병(病)’이 아니라, 정상적인 성장과정이기 때문이지요.

     

    사춘기 부모로서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겉으로 보이는 행동 이면에 감춰져 있는 아이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사춘기 아이의 속마음을 이해하려는 ‘멈춤’입니다. 그동안은 부모님의 사랑스런 자녀였지만, 사춘기라는 시기를 통과하면서 이제는 한 명의 독립된 인격체, 새로운 “동료인간”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주입된 모습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을 찾으려고 애쓰는 한 인간, 그래서 탄생하고 있는 새로운 한 인격체를 만날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얘가 왜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 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우선 멈추셔야 합니다.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아이에 대한 지식은 선입견에 불과하다, 그래서 완전히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셔야 합니다. ‘아, 드디어 오셨군요. 이제 당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새로운 사람, 당신을 새롭게 알고 싶네요’하는 겸허한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이 사춘기 부모가 가져야할 기본 태도 중의 기본입니다. 이 토대 위에서만 사춘기 아이와 소통할 수 있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엄마, 아빠인 사람은 없습니다. 아이가 한살, 두살 자라갈수록 엄마, 아빠로서의 나이도 자라가는 것입니다. 사춘기 부모 역시 부모로서의 사춘기를 맞은 것입니다. 이제 나의 분신이었던 아이를 떠나보내고, 남은 인생을 함께 걸어가야 할 동료인간으로 탄생하는 아이와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할 시기입니다. ‘대체 왜 저래?’의 판단을 멈추고, ‘이제 나는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까?’하는 호기심과 설렘으로 아이를 대할 때에만 사춘기 아이와 새로운 관계를 맺어갈 수 있습니다.